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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4.22 18:54:2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얼마 전 지역 중견업체인 원 건설이 리비아에서 1조원 규모의 도시개발공사 수주를 성사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국내 중견건설사들조차 최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상황에서 청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원 건설의 해외공사 수주는 자축할 만하다.

이번 해외공사 수주는 도내 건설업계 역사에 있어 가위 상전벽해(桑田碧海)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수주액부터 그렇다. 원 건설이 이번에 수주한 공사금액은 지역 건설업체가 지난 한 해 동안 수주한 전체 금액에 버금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 수출업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역 건설업계도 해외서 달러를 벌어 올 수 있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부여된다.

원 건설의 이번 개가에는 김민호 회장이 중심에 서있다. 오늘의 원 건설을 있게 한 김 회장이 걸어 온 길은 순탄하지 만은 않았다.

지난 1978년 대림산업에서 건설 초년병으로 첫발을 내디딘 김 회장은 입사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 뛰어들었다. 그 때부터 그는 해외건설 현장에서 달러 뭉치를 벌어보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다졌다.

오늘의 원 건설 출발은 미약했다. 지난 1984년 김 회장이 33살 나이에 설립한 원건축사무소였다. 토목, 건축 설계작업을 통해 기반을 닦으며 회사를 키웠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김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이 때 외환위기에 굴하지 않고 설계에서 시공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후 2004년 힐데스하임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발표하게 된다. 다음해 원건설로 상호를 변경하고 2007년 죽전힐데스하임, 오송힐데스하임 등을 성공리에 분양했다.

김 회장은 국내시장에서 안정을 찾은 뒤 무한 경쟁인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품었던 리비아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2005년부터 리비아 개척에 나섰다. 처음엔 순탄치 않았다. 생산기반이 없어 모든 설비를 국내에서 들여와야 하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됐다. 비용은 늘어만 갔고 건설 속도는 떨어져 소규모 수주를 해도 손해를 봤다. 현지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전문 브로커와 잘못된 만남으로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한 김 회장의 열정으로 원건설은 리비아 진출 2년 만에 데르나시에 2천가구 빌라와 기반시설을 공사하는 4억2천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리비아에서의 기회는 올해에도 찾아 왔다. 지중해 연안 토브룩시에 아파트 176개 동 5천가구와 행정·교육·상업 시설을 짓는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이는 5천가구 중 3천 가구를 짓는 1차 계약으로 공사비는 9억5천만 달러다. 추가 계약 예정인 2차 공사까지 합할 경우 총사업비는 19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 공사 중인 데르나 신도시 건설사업 발주처인 ODAC가 원건설에 수의계약을 제안한 것이다. 리비아 현지에서 5년여 성실시공으로 쌓아 온 신뢰의 결과다.

김민호 원건설 회장의 선택과 도전은 지역 건설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김 회장은 시대의 변화를 읽고 기회를 선점했다는 점이다. 그는 투기성사업에는 쉽게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굴러들어오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었다. 그는 시대의 변화와 그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안테나를 가지고 있었고, 확실하다는 판단이 설 때면 과감하게 운명을 건 투자를 시도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벤처정신 또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손꼽을 수 있다.

그는 일벌레다. 건설업계 사장 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 예전에 몇 번 참석했지만 나가면 건설적인 대회는 뒷전이고 해외여행에 아니면 술자리나 하면서 남의 회사 '뒷담화'나 하는 분위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 사업에 전념해도 늘 시간에 쫓기는데 딴 짓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 늘 일과 시간에 쫓긴다는 말이 빈말이 아닐 정도다. 그래서인지 김 회장의 집무실에는 언제나 설계도면이 쌓여져 있다.

'의심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쓰는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疑人勿用, 用人勿疑)'는 정신이 투철했던 그는 사람을 아무나 쓰지 않는다. 그 대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지도력과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모두 책임을 맡겨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기업은 사람이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물론 원 건설이 끝까지 사업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김 회장의 경영철학과 인생관이 건설인 모두에게 모범답안이 될 수도 없다. 종교에서 '도(道)'에 이르는 길이 제각각이듯 경영의 도에 도달하는 것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경영의 신'으로 존경하는 CEO들은 공통적으로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와 과감한 의사결정,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현명한 사람은 기회를 찾지 않고 기회를 창조 한다'는 격언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지금의 위기를 창조적 역발상을 통해 기회로 바꾸는 경영마인드가 지역 건설업체 대표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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