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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11.16 19:29:5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한국인으로서 불명예스러운 얘기지만 일본인 다음으로 영어를 못하는 민족이 한국인이란 속설이 있다.

아무래도 외국인이 말을 걸면 먼저 긴장이 되고 애써 시선을 피해보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입 때문에 더 그렇다고 생각된다.

젊은이들이 이 정도면 부모, 노인세대는 어떨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인들의 얼굴에 묻어 난 연륜으로 사람을 평가했다가는 오산이다.

최근 청주시보훈회관에 80세 노인이 영어회화를 무료로 가르친다고 해 취재를 간 적이 있다.

80대라는 말에 속으론 콧방귀를 뀌었지만 막상 강의실에 들어서니 입시학원을 방불케 하는 학구열에 머쓱해질 수 밖에 없었다.

80세 노인 강사는 물론이고 수강생 30명이 대부분 70대 노인들이었다.

장문의 영어를 읽고 해석하는 것 정도는 기본이고, 자신들이 배운 수업의 일부를 응용해 개인이 영어 회화 대회에 나가 입상할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노인들 대부분이 영어 배우면 다 그 정도 한다고들 생각해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수강생들은 일주일에 한번, 두 시간씩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젊은이들에 비해 기억력과 이해력이 떨어질텐데 배우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질 수 없었다.

더 놀란 것은 강사인 안태영씨다. 영어 전공자도 아닌 평범한 82세 노인에 불과한데 그가 지닌 열정은 젊은이들을 능가하고 있었다.

동년배들이 기피하는 영어가 그에게는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는 말에서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안씨는 1년째 보훈회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미국 유학을 2번 다녀왔는데 6·25당시 군대에서 미군정보교환원으로 처음 갔었고, 해방 뒤 군대를 제대하고 국비지원 공모에 지원해 미국 텍사스에서 연수를 받은 것이다.

안씨는 지금 그때 배운 영어와 발음을 잊지 않고 가르친다. 뿐만 아니라 한자, 일본어에도 능통해 그는 아직까지 일본어로 된 영어사전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교재도 본인이 사비를 털어 직접 제작할 정도로 열의를 갖고 있다.

철학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몇 해 전 '안구의 얼굴 사전'이란 철학책도 펴냈다.

요즘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과 비교해 보자.

힘든 일 안하고 귀찮은 거 마다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다보면 중도에 포기하기가 일쑤인데 인생의 마지막을 열정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기성세대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나 자신도 그들의 열정의 반이라도 닮아가려고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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