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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재 옛길은 청주시 명암 저수지 부근에서 산성마을을 잇는 구간의 길을 말한다. 오솔길이라 부르기에는 넓고 신작로에는 미치지 못하는 그런 길이다. 봇짐을 잔뜩 멘 장정 두 사람이 수월하게 서로 지나칠 수 있을 정도이다. 청주에서 것대산 봉수대, 산성마을, 낭성, 미원을 이어주는 상봉재 옛길은 숨을 그리 헐떡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을 만큼 완만한 연속이다. 한남금북정맥의 한 구간이기도 한 상봉재에 이르면 돌 틈 사이로 맑은 물이 나오는 우물이 있어 목을 축이고 쉬어 가기에 그지없이 좋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이 옛길을 따라 걷는 정취는 남 다른 구석이 있다. 옛길을 오르다 오른편을 돌아보면 이정골 저수지가 발 아래 놓이고 용암동을 지나 멀리 문의 양성산과 대청호 건너 산까지 보인다. 뒤돌아보면 우암산, 부모산과 옥산면을 지나 아득히 서북 방면이 조망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상봉재 옛길을 걸으면 청주에도 이처럼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든다. 산성옛길이라고도 불리우는 상봉재 옛길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결국 백두대간과 단절-

그러나 이제는 끝이다. 충북일보가 심층 보도한 것처럼 상봉재 옛길은 죽었다. 명암지에서 산성까지 가는 도로개설 공사로 인해 산성옛길은 무참히 파괴되고 상봉재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은 절명(絶命)하고 말았다. 상봉재 우물도 말라버려 옛길은 옛날 얘기가 돼 가고 있다. 옛길을 지우고 그 위로 도로포장 공사를 벌여 명암지에서 첫번째 터널까지는 아예 옛길의 흔적조차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첫번째 터널에서 상봉재까지는 옛길이 훼손되지 않았으나 잘려나간 반쪽을 잃은 불구 상태일 뿐이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도로를 개설할 수도 있고, 흉측하더라도 산허리를 뚫어 터널을 낼 수도 있다. 겨울이면 산성고개 찻길이 얼어붙어 산성마을이 고립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새 길을 내는데도 동의한다. 그런데 꼭 유구한 역사를 가진 상봉재 옛길을 가차 없이 까뭉개 그 위로 도로를 개설해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예산문제와 설계상 어쩔 수 없이 상봉재 옛길의 절반을 잘라낼 수 밖에 없었더라도 지금처럼 흉물로 말고는 다른 방법이 전무했는지도 묻고 싶다.

산성도로 개설 공사가 벌써 몇 년째인가. 수년째 토목공사를 하면서 옛길 뿐 아니라 공사 현장 주변의 산림이 훼손되는 걸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실정이다. 끊어진 길, 파헤쳐져 방치된 언덕, 흙더미에 깔린 산과 숲... 공사 편의를 위해서라면 청주시민의 허파나 마찬가지인 산성 일대를 이토록 절단 내도 좋다고 허락해 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사시사철 이용할 수 있는 도로를 청주시민에게 제공해 주는 행정도 필요하나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을 파괴하는 행정은 최소한도로 제한돼야 한다.

청주시는 상봉재 옛길과 상봉재 우물을 살리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국의 자치단체마다 걷는 길을 만들어 명소화 하는 마당에 그토록 아름답던 상봉재 옛길을 없애버리고도 태연하다면 청주시는 크게 비판받아야 한다. 아스팔트에 묻혀버린 옛길의 절반을 다시 복원하라고 억지 부리자는 뜻이 아니다. 그 와중에도 파헤쳐지지 않고 남아 있는 나머지 절반의 옛길을 어떻게든 청주와 연결시켜 생명을 불어 넣자는 얘기이다. 상봉재 옛길이 끊어짐은 단순히 길 하나가 사라지는데서 끝나지 않고 과거와의 단절이며 자연과 인간의 고립을 의미한다.

상봉재 옛길이 지금처럼 끊어진 상태로 방치되면 청주와 한남금북정맥을 이어주는 가장 오래 된 길이 없어지는 것이며 결국 백두대간과 청주의 연결고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상봉재 우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규명하지는 못했으나 도로개설 공사 때문에 수맥이 차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충북일보 보도가 있었다. 길과 물이 끊어진 공간은 곧 폐허를 말한다. 한남금북정맥과 유리되고 백두대간과 스스로 절연한 청주를 상상하고 싶지 않다. 상봉재 옛길을 허물고 포장도로를 개설해 물류 기능은 대체할 수 있을지언정 면면히 이어 온 옛길이 지닌 문화적, 환경적 가치는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옛길 잇는 생명 작업 -

청주시는 최근 도심 한복판의 도로를 파 인공 물길을 내는가 하면 공원에도 물을 끌어들이는 등 이른바 자연친화적 토목공사에 열중이다. 좋다. 청주 시민들에게 도심속에서 자연의 맛을 느끼도록 해주려는 그 정성에는 공감한다. 여기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수돗물을 끌어다 도시에 물을 흘리는 것이 자연친화적이라면 끊어진 옛길을 잇고 차단된 물길을 찾아 복원하는 일은 자연 그 자체를 살리는 일이라는 점이다. 상봉재 옛길을 잇고, 상봉재 우물을 다시 나오게 만드는 일은 '살맛나는 행복한 청주'로 가는 주요 방편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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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