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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은 가슴 버겁게 빈틈없이 들어찼던 알곡들을 비워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 여름 비바람. 뙤약볕 다 이겨내고 황금빛으로 영글었던 곡식들이 하나하나 제 몫을 찾아 각자의 길을 나섰다.

한 해 동안 품어왔던 알맹이 다 내어주고 빈껍데기로 점점 넓어지는 들녘 가슴에 10월의 갈대 바람 한 줄기 서걱대며 그 자리를 들어선다.

멀찌감치 떨어져 주변만 맴돌던 참새들이 비로소 떨어진 나락을 주우려고 간간히 찾아와 재깔대며 일상을 즐긴다.

곡식들이 빼곡히 들어섰을 때에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다.

그 많은 나락을 갖고도 참새 한 마리 얼씬대지 못하게 곳곳에 허수아비를 수문장으로 세워 놓고도 모자라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여 움켜 쥐려한 욕심을 따사로운 가을볕이 녹여낸 것이다.

나눠주고 비워낸 자리에 여유와 인심이 들어서서 또 다른 세계로의 완성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허허롭게 비워진 들녘, 가난한 동네에 제법 세상사는 재미가 쏠쏠하게 채워지고 있다.

여름내 울울창창하던 나뭇잎들도 본래의 자기 안에 잠재해 있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도 이 가을이다. 다섯손가락 단풍잎의 그 빨간 열정하며 은행잎의 샛노란 초심을 비롯하여 충청인의 모습과 가장 많이 닮은 느티나무의 갈 빛 …….

각자 제 색깔, 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는다고 해도 누구하나 덜 예쁘다고 탓함 없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서로에게 배경이 되고 또 때로는 그 배경 속에 서로 돋보이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만산홍엽 가을산은 저들끼리 만들어낸 걸작이다.

이것이 진정 가을풍경이다.

가을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인 걸 우리 사람들만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0. 28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요즈음 충청권이, 좀 더 엄밀히 말해서 진천. 음성. 괴산. 증평 중부4개 군이 고열로 뜨거워지고 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얼굴을 대하던 중앙의 정치어르신들이 대거 우리 중부4군에 총 출동하여 지역 민심잡기에 아니 표심잡기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국토의 중앙에 위치하여 사통팔달 좋은 지리적 위치를 차지하였음에도 수도권에 눌리고 전라도, 경상도 강성에 치여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하던 우리 지역이 느닷없이 이 가을,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이 대로 간다면 금방 충청권이 가장 살기 좋은 지상 낙원이 될 기세다.

동서5축 충청고속도로의 조기건설은 물론, 중부신도시의 성공적 건설과 중부4군 생태·관광 네트워킹 사업, 태양광산업 지역 핵심산업 육성을 비롯하여 지역 친환경농산물산업발전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정 확보와 쌀값폭락 해결 그리고 무상 교육 확대, 반값 등록금 실현, 무상 의료 실현, 급식 전면 실현,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없는 좋은 일자리 제공에 충북경제자유구역 확대지정 및 활성화 지원사업, 중부하이웨이 벤처벨트 육성과 기업환경 개선 등등….

각 당 국회의원 후보들이 내걸은 대표적인 공약들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미끼가 아닐 수 없다.

지역 후보들은 물론이고, 각 당 지도부들이 지방으로 친히 납시어 하나같이 적극 지원공세에 가담하여 이들 공약들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강하고보니 어느 미끼인들 거짓으로 보이겠는가·

후보 한 사람 한사람 살펴볼 때 모두가 잘 갖추어진 역량 있는 사람들이다.

여섯 후보 모두가 선택되어 힘을 합한다면 지역의 획기적인 발전은 두말할 나위 없겠지만 이들 중 꼭 한사람만을 선택해야하니 지역민으로서는 누구의 손을 잡아야하나 곤혹스러운 한편 놓아야하는 다섯 명의 후보들에 대한 아쉬움도 클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듯이 결전의 그날까지 모두 최선을 다하고 누가 선택되었든 마지막 승리자를 위해 다 함께 기꺼이 마음 비우고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

선거전 지역을 위하던 그 마음 하나만을 남겨놓고 모두 비운 큰 그릇을 보고 싶다.

비워내야 들어차는 여유, 넉넉한 풍요를 이 가을에 함께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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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