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직진(直進)정치

2022.07.19 15:52:28

최종웅

소설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요즘처럼 살기가 고단한 적은 없었다고 회상하는 어른들이 많다. 집에 불이 난 것처럼 다급한 상황이지만 불을 끄기 위해서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을 끄는 것보다 지지율이 하락하는데 더 신경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면 어김없이 정치적인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무현은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지자 여권에 내분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선거중립 위반 발언으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는 변고가 생겼다. 박근혜도 총선 공천 문제로 옥쇄파동 등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하고 말았다,

이에 비해 김대중은 취임하자마자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지지율은 70%를 오르내렸는데, 외환위기 극복 방안을 신속히 제시해 국민적인 호응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독 윤석열만 32%에 불과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권에서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하락요인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지금은 지지율을 의식할 만큼 한가한 시대가 아니라서다.

자칫 3류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을 만큼 다급한 상황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국민에게 나라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달라고 사정해야만 겨우 위기를 수습할 수 있다.

김대중도 외환위기를 수습하면서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면서 범국민적인 금모으기 운동을 전개했다. 온 국민이 결혼반지까지 들고 나와 위기극복에 동참하면서 눈에 띄게 수습되는 것을 보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우리가 잘못해서 일어난 게 아니라서 우리만 잘 한다고 금방 수습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게 바로 고통분담이다. 우리가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이다. 우선 물가부터 잡아야하는데 정부가 제시하는 대책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2천원 넘게 오른 휘발윳값을 세금으로 50, 60원 인하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차라리 값을 인하하지 말고 수요를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자가용을 세워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토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에게 버스비 등을 지원해 주는 게 바로 정부가 할 일이다.

곡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문제도 비슷하다. 밀 옥수숫값 등은 20, 30%씩 폭등하는데 쌀값만 20%나 폭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남아도는 쌀로 밀이나 옥수수를 대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상식 아닌가.

바로 쌀밥 먹기 같은 소비촉진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쌀국수·빵·술 등을 개발해 보급하면 남아도는 쌀을 소비할 수 있어서 좋고, 밀을 수입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입이 줄면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할 것이고, 환율도 안정될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던 물가도 점차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물가만 안정되어도 위기의 절반은 수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악역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겠다고 하던 대통령이 갑자기 국민에게 땀과 눈물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겠는가.

대통령 지지율은 2, 3년쯤 후 위기를 수습한 후에 따질 일이다. 지금은 오르지 위기극복에 매진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5년 단임제는 소신껏 일 할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출근할 때마다 약식으로 하는 회견도 소극적으로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땀과 눈물을 호소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위기극복을 위해 국민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방향을 제시하고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일을 하다 보면 지지율은 저절로 올라 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윤석열 대통령 직진정치의 장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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