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지 않는 돈, 넘치면 뭐하나

2020.06.30 16:45:53

최종웅

소설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도깨비 방망이 같은 존재다.

배가 고프면 밥을 사 먹을 수 있고, 좋은 옷을 입고 싶으면 얼마든지 옷도 살 수 있다.

그래서 돈을 벌려고 노력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도무지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왜 일까? 그 대답도 간단하다. 불안해서 돈을 못 쓰는 것이다.

돈을 쓰기 위해서는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는 데다 최소한의 이윤도 나야 한다.

사실 돈으로 돈을 버는 것만큼 편한 것은 없다. 게다가 이자까지 받는다. 돈이 많을 땐 금리가 낮고, 돈이 귀할 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요즘은 금리가 낮은 시대다. 제로 금리시대라고 하지 않던가. 옛날엔 투자를 하고 싶어도 돈이 없거나 금리가 높아서 못 했다.

오죽하면 5,16으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돈을 구하기 위해 김종필을 일본으로 보내서 한일협정을 맺는 조건으로 청구권 자금을 받아왔겠는가.

요즘은 돈이 넘쳐나는 데도 돌지가 않는다. 돈이 돌지가 않아서 경제가 살아나질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왜 그런 걸까? 돈의 속성을 잘 몰라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다.

물이 아래로 흘러서 온 천지를 적시듯이, 돈은 돌고 돌아서 경제가 살아 움직이도록 만든다.

돈이 돌지 않으면 기업이 죽고, 근로자는 임금을 받지 못한다.

누구든 불안하면 돈을 쓰지 않는다. 안전하다는 것은 돈을 떼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안전하기로 친다면 은행보다 좋은 곳이 없다. 문제는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이자가 붙지 않으면 맡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도 안전하면서도 이자가 높은 투자처를 찾아 3천조가 넘는 자금이 이리저리 떠돈다.

사실 투자처라고 하면 기업만큼 좋은 곳이 없다. 그런데 기업이 돈을 쓰지 않는다.

현상 유지도 어렵기 때문이다. 상품을 만들면 날개 돋친 듯이 팔려야만 공장도 확장하고 직원도 늘릴 수 있다.

장사는 안 되는데 노조는 임금을 올려 달라고 시위나 하고, 노조 요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사장을 닦달하기 일쑤이니 어떻게 견디겠는가.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나가거나, 말 잘 듣는 근로자를 찾아서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옮겨 다닐 수밖에 없다.

기업 못지않게 재미가 좋은 게 부동산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53%나 뛰었는데, 그것을 돈으로 치면 3억이 넘는다는 것이다.

아마 노름을 해도 이 보다 많은 돈을 따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부동산 투기라는 소문만 나면 영락없이 규제를 하기 때문에 돈을 쓸 수가 없다.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 규제를 한 게 벌써 21번째다.

온갖 규제를 피해 쫓겨 다니다 보니 경기도 전역은 물론 대전 청주 등 충청도를 거쳐 부산 대구 광주까지 밀렸다.

자영업을 하고 싶어도 가게마다 나붙는 임대광고를 보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제 돈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주식시장뿐일 것이다. 경제는 무너지고 있는데도 주식은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도는 돈이 일시적인 은신처를 찾아 머물기 때문일 것이다.

주식도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한계까지 왔고, 언제 위험한 상황에 처할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돈이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얼마나 헤매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SK바이오팜이란 회사의 공모주 청약에 무려 31조란 돈이 몰렸다.

경쟁률이 무려 323대 1이나 되어 791만 원을 투자해도 단 1주 밖에 배당받지 못한다.

이 정도로 투자할 곳이 없다는 뜻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돈은 돌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돌지를 못 한다는 것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의미다.

돈이 돌게 하려면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고, 적정한 이윤도 보장해 줘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을 갖춰주면 돈은 다람쥐처럼 신나게 돌 것이다.

정치는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고, 경제는 돌지 못하는 돈을 돌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일을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경제 살리기가 정치 싸움보다 급하면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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