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현상 재현되고 있다

2022.04.19 15:25:02

최종웅

소설가

'검수완박'이란 뉴스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게 있다. 윤석열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하면서 조국 수사 등으로 권력과 대립하고 있을 때만 해도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이낙연이 선두를 달리고 이재명 정세균 등이 추격하는 상황이었으니 홍준표 유승민 등 야당 후보는 경쟁상대도 못되었다.

오죽하면 대선후보 토론회에 나온 심상정이 이재명에게 윤석열은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고 하지만 민주당이 부른 게 아니냐고 조롱했겠는가.

도저히 당선 가능성이 없었는데도 정권교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윤석열 덕분이다.

여권이 윤석열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징계·직무정지·수사지휘권 박탈 등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민심이 돌아섰던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사직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자신이 총장을 계속하면 검수완박을 당할 것이라는 말이다.

검찰이 수사권을 박탈당하면 부패가 판을 치게 되는데 그런 꼴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총장직을 사퇴한다는 취지였다.

신기하게도 윤 총장이 사직하고 나선 검수완박이라는 말은 자취를 감추었다. 권력이 다시 검찰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자취를 감추었던 검수완박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대선이 고비를 넘기고 있을 때였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정권 비리도 수사할 수 있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노했고 민주당도 흥분했다. 윤석열이 당선되면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상상은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눈치만 보던 검경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맹수일수록 사냥할 때 숨소리도 내지 않고 접근한다. 이런 의미에서 당선인은 서툰 사냥꾼이다.

위협을 느끼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살기위한 것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도둑이 경찰서를 없애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짓이다. 형사를 바꿔달라고 한다든지 경찰서장에게 뇌물을 주는 정도면 이해할 수 있다. 비리를 덮는데도 금도가 있다는 의미다.

비슷한 일이 검찰개혁이란 미명하에 벌어지고 있다. 국민은 그게 검찰개혁인지 정권 비리를 수사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것인지 다 안다.

불가능하게 보였던 윤석열이 당선된 원인이고, 비슷한 현상이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날 것 같은 조짐도 있다.

윤석열이 당선되고 나서 안보나 민생부터 챙기기 시작했다면 지지율이 문 대통령과 경쟁할 정도로 하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을 것이고, 그 여세를 몰아 지방선거까지 승리하는 게 정상이다.

집무실 이전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긴 글렀다고 탄식했던 것이다.

윤석열이 당선되기까지 과정을 돌이켜 보면 자신의 노력보다는 하늘이 도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도저히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 되니까 다시 하늘이 돕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느낌은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지지율 경쟁을 하던 당선인 지지율이 58%를 넘어섰고, 국민의힘 지지율도 민주당을 10% 이상 앞서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윤석열 현상으로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이 아직도 그 이유를 깨닫지 못하고 비슷한 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검수완박은 성공한다고 치자. 그렇게 해서도 정권수사를 막지 못하면 경찰 수사권도 박탈하는 '경수완박'을 추진할 건가.

검찰개혁은 정권을 수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아니라 누구든 죄지은 자는 수사할 수 있는 법 앞의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다.

정권비리를 막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면 그 증거를 보여주면 될 것이다. 부칙에 민주당 정권 비리는 검찰이 끝까지 수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사법 불편, 위헌논란, 검찰 직원 처리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파생될 것이다.

검수완박이 성공하면 이상한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 공부하기 싫으면 학교, 군대 가기 싫으면 국방부, 세금 내기 싫으면 국세청을 없애자는 소리도 나올 수 있다. 윤석열 현상이 재현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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