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불똥 지방선거로 튀나

2022.05.03 14:32:56

최종웅

소설가

수사권 없는 검찰은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검수완박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윤석열이 당선됐을 때만 해도 검찰은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사지가 찢기는 수술을 당하면서도 정권에 최선을 다한 것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박근혜·이명박을 구속했고, 국정원장도 모조리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했는데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했다. 그런 검찰에 윤석열의 당선은 희망의 메시지 같았다.

실제로 윤석열은 후보시절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고 했으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도 박탈하겠다고 공약했다.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검찰공화국이 실현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뜻밖에 검찰 출신 대통령 시대에 검찰이 검수완박을 당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졌다.

명맥을 유지하던 6대 범죄 수사권은 부패·경제 등으로 축소됐고, 검찰 가족은 기소청 중수청 경찰청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생겼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검찰을 수술하는 주체가 검찰을 사냥개처럼 부리던 주인이라는 점이다.

전 정권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잔인하게 사법처리해놓고, 그 칼이 자신에게 향하자 칼을 뺏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검찰이 개혁대상이 된 것은 상당 부분 검찰의 책임이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검찰개혁을 집요하게 추진함으로써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경찰이 수사권을 독립한데다 공수처까지 설립돼 검찰을 견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체제가 정착할 때까지 지켜보는 게 상식이다.

막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시기에 검수완박을 추진한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것이다.

그 이유가 정치적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정권비리를 수사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검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혐의자가 중심이 되어 검수완박을 추진한다고 의심하니까 민심이 술렁인 것이다.

이재명이 당선되었어도 검수완박을 추진했을까? 윤석열이 당선되었기 때문에, 한동훈을 법무장관에 지명했기 때문에 야반도주하듯 서두른 게 아닐까.

정권 핵심인사들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면,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에 공포까지 마치려고 서두르진 않을 것이다. 문재인이나 이재명이 검수완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한마디만 했다면 조용해졌을 지도 모른다.

국민의힘이 갈팡질팡한 것도 문제다. 국민의힘이 반대할 때까지만 해도 검찰의 반발은 정당한 것이었다. 지금은 입법권에 대한 도전으로 폄하될 소지도 있다.

설령 검수완박을 해야 할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해도 그렇게 허겁지겁할 일은 결코 아니다.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국정원의 사례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검찰 수사권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양하는 국정원은 그 준비기간을 3년 정도로 잡고, 경찰과 함께 근무하면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검찰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74년 동안 축적해 놓은 수사역량을 날려버릴 것이다. 검찰이 승용차라면 경찰은 화물차에 비유할 수 있다.

승용차에 실을 수 있는 짐이 있고 화물차로 나를 게 따로 있다. 승용차에 태우던 사람을 화물차로 운송하려면 의자 창문 등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단 몇 개월 만에 경찰에 이관하겠다고 하니 야반도주라고 조롱하는 게 아닌가.

국힘의 투쟁전략도 문제가 많다. 검수완박이 지방선거 운동까지 해주는 효과가 있는데도 싸움 한번 해보지 않고 합의했으니 민주당 못지않게 비리가 많다는 의심을 받은 게 아닌가.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당선인과 협의 없이 원내총무가 결정할 수 없었을 텐데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할 수 있는 시스템도 놀랍다.

김성태 원내총무가 9일간의 단식 끝에 드루킹 특검을 쟁취해낸 것과 같은 집요함도 없었다.

국회 통과로 다 끝난 것 같아 보이지만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어떻게 파급될지 아무도 모른다. 검수완박의 최종 결정권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검수완박의 승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국민이면 개혁에 성공한 것이고, 범인이면 실패한 개혁으로 시급히 복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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