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돈을 쫓나, 돈이 사람을 쫓나

최종웅의 세상타령

2020.06.23 17:39:02

최종웅

소설가

최백수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얼마나 잘했는데 그럴 수 있느냐는 배신감이다.

문제는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것이다. 경제 문제 하나만으로도 사상 유례가 없는 위기다. 코로나는 경제 위기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게다가 북한 문제까지 겹쳤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설상가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말을 다 합쳐도 그 심각성을 표현할 수 없다.

최백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TV를 본다. 거기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갑자기 5억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다.

청주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것이다. 어떻게 전국 최고의 미분양 관리지역이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바뀔 수 있나.

물론 청주의 일부 지역이 방사광가속기 유치 이후 투기가 일어났던 건 사실이다.

그건 극히 일부 지역이고 새 아파트에 국한된 현상이다. 정확히 말하면 오창과 오송이고, 그곳과 인접한 흥덕구 일부다.

아직도 상당구나 서원구의 많은 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10년 전에 비해 5천 만 원 이상 떨어졌다고 아우성이다.

겨우 정상가격으로 회복하려고 하는데 투기지역으로 묶어버린 것이다. 청주보다 많이 오른 천안은 묶지 않고 청주만 묶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불평한다.

오죽하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했겠는가. 최백수는 물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비 오는 날 길을 가다가 지나가는 차에 물세례를 맞은 꼴이라고 분노한다.

최백수는 돈이란 대체 무엇이냐고 자문해 본다. 사람이 돈을 쫓는 것인지, 돈이 사람을 쫓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답답해한다.

운이 좋았다면 지난 10년 동안 5억은 벌었을 것이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자신이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한 푼도 벌지 못했다.

최백수는 창밖을 바라본다. 10년 전 아파트를 하나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고 있는 집이 낡은데다 향(向)도 좋지 않았다. 세종으로 갈까, 오창으로 갈까 망설였다.

청주에 사업장이 있으니 급할 때 2, 30분이면 달려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때 세종에 아파트를 샀으면 대박이 났을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찬스를 우연한 일로 놓치고 말았다. 현장을 답사하기 위해 세종시에 가보기도 했다.

청주에서 세종시에 가는 길이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 급할 때 사업장에 오고 가기가 불편할 것 같았다.

도로야 금방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을 때 오창에 갈 기회가 생겼다.

마침 아파트 모델 하우스 오픈을 알리는 선전을 보고 구경을 갔다가 덜컥 계약하고 말았다.

그 무렵 세종에 아파트를 산 사람은 적어도 2, 3억 원은 벌었다. 기회는 금방 또 찾아왔다.

지금까지 오창에 살았어도 1, 2억은 벌 수 있었을 것이다.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성격이 문제였다. 3년쯤 살고 나니 다시 청주로 가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이사 갈 아파트를 물색하러 다니다가 북청주역이 들어온다는 곳이 마음에 들었다. 이사 일정이 맞지 않았던 게 문제였다.

이때 북청주역 아파트를 샀어도 상당한 차액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최백수는 자신이 돈을 피해 다닌 것인지, 돈이 자신을 피해 다닌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최백수는 며칠 전 우연히 본 소공녀라는 영화를 생각한다. 그 영화 주인공을 생각하면서 울적한 마음을 달랜다.

대학을 중퇴한 소공녀는 월세 방에 살면서 가사 도우미로 일한다. 일당 4만 5천 원을 받지만 월세 때문에 늘 적자를 면치 못 한다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하자 집을 나와 친구 집을 전전한다. 친구 명단을 적어 갖고 다니면서 하루 밤씩 신세를 진다.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하는 동안 신세 질 친구마저 없어지자 자살하고 만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 달에 2백만 원씩 벌어서 10억짜리 아파트를 사겠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있었다.

아무리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도 집값은 오르기만 한다는 게 문제다.

소공녀와 같은 문제를 풀 수 있어야 무주택 젊은층의 절망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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