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동상도 한낱 관광자원일 뿐이다

2020.10.20 15:55:58

최종웅

소설가

청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는 어디일까? 단연 청남대일 것이다. 사실은 대청호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대청호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청남대라도 있으니까 청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었다.

청남대는 무슨 볼거리가 그리 많기에 청주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을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을 비롯한 통치자들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호기심이다.

실제로 청남대를 개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청남대의 수도는 금으로 칠했다는 따위의 소문이 무성했다,

두 번째 이유는 청남대의 수려한 경관일 것이다. 바다처럼 넓은 대청호를 품고 있는 청남대는 호기심이 아니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다.

청남대가 관광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다 활용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원리를 잘 알기 때문에 청남대에 전두환·노태우 동상을 세우고, 역사관도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것들만으로는 약했기 때문에 김영삼이 조깅했던 길을 보수하고, 김대중이 고향 바다를 생각하면서 사색에 잠겼던 초가선도 단장했던 게 아닌가.

요즘 청남대를 가보면 충청도 말소리는 들리지 않고 투박한 사투리가 판을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호남 등 외지 관광객이 많다는 뜻이다.

이래도 부족하다고 느껴서 대청호에 배를 띄우는 유람선 관광도 추진하고 있다.

대청호는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유람선 운항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시종 지사를 비롯한 도민이 한마음으로 추진하는 것은 대청호에 유람선만 띄울 수 있다면 획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해서다.

문의에서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은 고동소릴 울리며 출발할 것이다. 가을바람을 타고 미끄러질 듯 달린 유람선은 금방 청남대에 다다를 것이다.

청남대 외곽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안내양은 군사정권 시절 삼엄했던 청남대를 설명할 것이다.

관광객이 잔뜩 얼어붙는 동안 유람선은 대청댐에 도착할 것이다. 한패의 대전·충남 사람이 섞이자 유람선의 분위기는 금세 바뀔 것이다.

점점이 흩어진 섬들을 돌아 남으로 향한 유람선은 보은을 거쳐 옥천에 다다를 것이다.

물론 등산복 차림의 승객은 보은에서 하선해 속리산으로 향했을 것이다.

이렇게 대청호에 유람선만 운항할 수 있으면 대청호는 청남대 속리산 등과 더불어 전국적인 명소로 도약할 것이다.

어떻게 유람선을 띄울 수가 있다고 해도 아쉬운 게 있다. 요즘 곳곳에 붐을 이루고 있는 출렁다리가 없어서다.

청남대에서 문의 쪽을 바라보면 우리가 늘 보던 곳이 생경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문화재 단지가 그렇고, 팔각정 휴게소도 다른 모습이다.

조금 더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천 년 전에 청남대가 들어설 것을 예언했다는 현암사가 까치집처럼 걸려있다.

만약 청남대와 문의 쪽을 연결하는 출렁다리만 건설할 수 있다면 대청호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에서 승용차를 타고 온 관광객들이 출렁다리를 따라 청남대로 걸어오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대청호의 비경과 청남대의 신비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청남대와 대청호를 연계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우는 방법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것들을 궁리하는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면 부족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

아무리 예산이 있다고 해도 법 때문에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개발할 수 있느냐는 방안을 토론해야 한다.

청남대에 전두환·노태우 동상을 철거하자는 것은 교회에서 십자가를 없애자는 소리와 같다.

그만큼 전두환·노태우는 청남대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기필코 철거해야겠다면 철거 이상의 효과가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될 것이다.

동상 옆에 안내판을 세우는 것이다. 반드시 철거를 해야 할 만큼 죄가 크지만 청남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서 철거하지 않았다는 설명문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사찰에서 불상을 철거하는 것과 같은 우(禹)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철거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청남대를 관광지라고 생각하면 전두환·노태우 동상도 한낱 관광자원일 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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