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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4.24 17:32:56
  • 최종수정2023.04.24 17:32:56

윤승희

단양군보건소 주무관

경찰서 민원실의 좁다란 방에서 그녀와 마주 앉았다. 한껏 움츠린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그녀는 길 잃은 아이처럼 불안한 듯 떨고 있었다.

겨울임에도 그녀는 반팔 티와 반바지 차림에 담요 한 장 걸치고 있을 뿐이다. 온몸은 깡말라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같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녀와 눈빛이 마주쳐지지 않는다. 그녀의 시선은 삭막한 그 공간의 어딘가를 응시할 뿐이다.

나는 차분히 말을 걸어본다. "000님, 괜찮으세요?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지금 기분은 좀 어때요?"

며칠 전 자살 시도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 어제 퇴원해 귀가 후 사라졌단 신고를 야간에 받고 다음 날 경찰의 소재 파악으로 임시 보호 조치 중이었다.

단양엔 정신의료기관이 없어 야간이나 주말에 경찰을 통해 상담 요청이나 출동 요청을 종종 받는다.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 이후 입원하셨는데 또 자살할 생각이나 계획이 있나요?"

"네, 죽으려고요..."

한번 자살 시도한 사람은 다시 할 확률이 높아 자해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돼 경찰과 협의 후 응급입원을 진행하고 행정입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우울증은 생각의 내용, 사고 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지속해서 저하돼 일상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전 같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던 일들이 매우 큰 짐으로 느껴져서 평소 해오던 직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우울 증상이 심해지면 자살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 큰 문제다. 자살자 중 70~80%는 우울증 때문에 자살 시도를 한다.

한국은 우울증 유병률 1위로, 한국 국민의 10명 중 4명이 우울증 또는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OECD 우울증 유병률 통계를 보면 1위 한국 36.8%로 가장 높았다. 스웨덴(30.0%)·멕시코(27.6%)·호주(27.6%)·미국(23.5%) 등을 크게 앞섰다. (출처 의협신문)

단양군 지역사회 건강조사에 의하면 2020년 스트레스 인지율이 17.2에서 2021년 22.1로 증가하였고 우울감 경험률은 2020년 4.7에서 7.7로 증가했다.

그리고 단양군 2021년 자살률은 49.0명, 충북 자치구 중 7위로 서울특별시보다 0.6배 낮다.

최근 5년간 (2017년~2021년) 남자 자살률이 가장 높았고, 연령대별로는 2020년부터 80세 이상이 가장 높았다.

우울증은 조기에 치료하면 환자 80~90%가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아 우울증을 앓고 있어도 전문적인 치료나 도움을 찾지 않는 환자 비율이 전체의 65~75%나 된다.

우울증 환자의 약 70%가 자살을 생각하고 10~15%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만큼 방치하면 개인의 건강과 목숨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우울증 환자들은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이나 치료가 필요하다.

단양군 보건소에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지역 내 정신건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힘쓰고 있다.

우울증이나 자살, 기타 정신질환 관련 상담이 가능하며 정신건강 전문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 상담, 간호학과 교수 상담) 상담실을 한 달에 2회 운영해 필요시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야간에는 1577-0199, 1393으로 전화하면 상담받을 수 있다.

주변의 지인이 이런 고민이 있다면 "네가 마음을 약하게 먹어서 그래", "너 그다지 슬퍼 보이지 않던데", "다들 한 번쯤 겪는 거잖아"하는 편견 섞인 도움 되지 않는 조언은 하지 않길 부탁드린다.

마음의 감기도 감기약을 처방받아야 온전히 나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정한 도움의 손길을 내주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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