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황금빛으로 물든 천태산 은행나무 아래로 등산객들이 모여 앉아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
ⓒ임정매 시민기자
[충북일보] '양산팔경'은 영동군 양산면 금강 상류에 있는 8개의 빼어난 경치를 말한다. 그 가운데서도 '충북의 설악'으로 불리는 곳이 천태산이고, 이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영국사는 '양산팔경'의 1경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이어서 등산객들과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영국사는 대한불교조계종 5교구 법주사의 말사(末寺)다. 신라 문무왕 8년(668년)에 창건했고, 고려 명종 때인 12세기에 원각 국사가 중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대표적인 명물이 바로 사찰 바로 앞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천년 은행나무다. 이 은행나무는 국가의 위기 때마다 울음을 내 알렸다고 전해진다. 특히 문화적 가치와 생물학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223호)로 지정된 고목이다.
지난 26일 영동문학관에서 열린 ‘2024 천태산 은행나무 시제’에 참석한 문인과 관계자들.
ⓒ영동문학관
이 은행나무와 천태산을 중심으로 생명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문학단체가 있다. 전국의 문학인들로 구성한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매년 작품집을 내고, 은행나무 시제(詩祭)를 통해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왔다. 올해도 '은행나무 슬하'라는 제목의 작품집을 출간했는데, 전국의 시인 350여 명이 작품집 발간에 참여했다.
지난 26일 영동 문학관(관장 양문규 시인)에서 열린 시제엔 전국 문인 100여 명이 참가했다. 영동 출신 시인 6명의 시 세계를 재조명하고, 황구하 시인과 권용욱 작가의 문학 대담, 시 노래 공연, 시 낭송 등 다양한 주제로 짜임새 있는 시제를 열었다. 이 단체는 이번 시제에 이어 오는 12월 10일까지 천태산 영국사를 오르는 등산로에서 국내 최대의 걸개 시화전도 연다.
영국사 천년 은행나무의 고귀한 생명 유지를 내 일처럼 기뻐하고 감사하며, 나아가 자신과 이웃, 대자연의 뭇 생명을 지켜내려는 이들의 정신과 행동이 주는 울림은 문단과 현대 사회에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생명과 문학의 천년대계를 생각하는 이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 임정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