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맑은 종소리의 울림

니콜로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2023.04.13 15:32:32

김숙영

ⓒ수필가
[충북일보] 벚꽃 산책길을 걷는다. 유모차에 쌍둥이를 태우고 젊은 부부가 밝은 표정이다. 얼굴이 닮은 공주님들이 인형처럼 보인다. 간단하게 걷기 운동을 끝내고, 수업을 위해 음악학원으로 출근한다.

저학년 남학생이 바이올린을 들고 현악실로 들어온다. 바이올린을 보니 본인이 교습받는 악기가 아니었다. 학원생 교습을 위해 조율한 몇 개의 바이올린이 연주 홀에 나란히 놓여있다.몸판과 크기가 똑같아 본인의 악기를 잘못 찾은 것 같다. 어린 학생이 크기와 모양이 같은 바이올린을 보고 본인 연습용을 찾기는 쉽지 않았으리라.

산책길 귀염둥이들이 생각나며 작은 바이올린 또한 쌍둥이로 보인다. 요즈음은 다둥이도 많지 않은가. 바이올린, 첼로 등의 현악기 또한 제조회사에서 똑같이 탄생시킨 다둥이의 자태이다. 산책길에서 만난 귀여운 공주들을 품으며 쌍둥이 타령을 엮어본다.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명기 '과르네리 델 제수 Guarneri DeL Gesu'는 물론, '과르네리'와 조금도 다른 점을 구별할 수 없는 모제품 악기까지 두 개의 바이올린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연주를 마치고 바이올린 두 개를 나란히 놓았다. "어떤 것이 지금 내가 연주한 악기인지 아는 사람에게 그 악기를 드리겠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똑같은 바이올린을 보며 찾아낼 수가 없었다.

파가니니가 영국에서 연주하고 파리로 돌아오는 중에 아끼는 '과르네리' 바이올린에 조그만 파손이 생겼다. 그는 파리에 도착하여 수선을 의뢰하였다.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수선이 다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바이올린 제작인은 "너무 늦게 수선해드려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것을 찾아가십시오"하며 두 개의 바이올린을 내놓았다. 그는 두 개의 바이올린을 보며 본인 악기를 찾지 못하고 당황했다. 바이올린 수선을 맡은 그가 '과르네리'와 똑같은 악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호기심에, 모양이 같은 바이올린이 탄생하였다. 매우 황당해하는 파가니니를 보고 죄송하다며, 사연을 설명한 후에 그의 악기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모제품까지 선물을 받아 파가니니는 모양이 같은 바이올린이 두 개가 되었다.

이탈리아의 제노바에서 태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이며, 작곡자인 니콜로 파가니니 Niccolo Paganini는 '바이올린 협주곡' 6곡을 썼다. 그 작품에서 많이 알려진 곡은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 '라 캄파넬라'로 찬란하다. 헝가리 피아노 작곡자이며 피아니스트인 리스트가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피아노곡으로 '라 캄파넬라'를 악보화 하였다. 파가니니 바이올리니스트와 그를 존경하는 리스트에게 동시에 꽂혀본다. 하나의 주제가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아름답게 연주되었다. 두 작곡자는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음악가라고 하련다. '바이올린 협주곡'2번 3악장 '라 캄파넬라'는 '작은 종'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파가니니가 무대에 곡을 올리면 관객이 연주장으로 몰려 만석이 되었다. 그의 연주를 한 번도 듣지 못한 귀족 이야기를 펼쳐본다. 연주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부인은 소개장을 들고 그의 연습장을 찾아갔다. 마침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협주곡'2번을 준비하고 있었다. 연습장에 들어섰을 때 파가니니가 오케스트라 단원의 바이올린을 들고 두서너 번 피치카토를 하였다. 귀족은 "참 놀랐습니다. 정말 감격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파가니니는 "오늘 한 곡도 연습을 못해 미안합니다"하며 솔직히 고백하였다. 귀족은 "그래도 나는 감격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듣고 이렇게 감격하니 정식으로 연주하신다면 얼마나 훌륭하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이 일화는 그 시절 파가니니가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였다고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파가니니의 명기 '과르네리 델 제수 Guarneri Del Gesu'바이올린을 그려 본다. 고귀한 명기는 파가니니가 태어난 이탈리아 제노바 시청에 보관되어있다. 이 바이올린은 '국제 프리모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에게만 이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특권을 준다고 알려진다. 신이 선물한 악마의 바이올린 연주가 파가니니의 '괴르네리'바이올린 소리를 상상해본다.

현악실 창 너머에 개나리와 목련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한 나무가 모체가 되어 같은 모양과 크기가 같은 꽃이 꽃 향으로 피어난다. 다둥이 꽃들의 소소한 합창이다. 벚꽃 산책길에 만난 귀여운 쌍둥이 덕분에 학원에 놓여있는 바이올린과 수강생들이 특별하게 보이는 날이다. 꼬마 음악인 학원생들은 선율을 찾아 어설프게 연주하며 환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생동감 있는 작은 곡의 연주로 세계여행을 한다. 그들은 눈과 귀로 달콤한 음악의 맛을 느끼며 즐거운 표정이다. 이들을 보며 음악을 듣고, 연주함은 언제나 새로운 감성의 문을 연다고 할 터이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악장 '라 캄파넬라'를 바이올린으로, 리스트는 피아노로 연주하였다. 멀리서 가까이에서 들리는 종소리가 삶의 아름다운 서정의 선율로 들린다. 그들은 맑은 종소리의 울림을 순수로 물들이며, 자신만의 소리로 감미롭게 승화시켰으리라.

피치카토(Pizzicato)- 손가락으로 현악기 줄(현)을 뜯어서 연주하는 방법

참고문헌

'서양음악사' 세광출판사. '위대한 음악가들' 종로서적.

'세계의 피아노작품 전집'안병돈 엮음 학예출판사.

'The world of the CLAssics' 세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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