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신년 음악회 앙코르

요한스트라우스1세: 라데츠키 행진곡

2023.01.16 16:43:09

김숙영

수필가

[충북일보] 새해가 밝았다. 신년 음악회에 왔다. 연주회장이 음악 애호가들로 가득하다. 음악은 마음에 꽃을 피우며 아름답게 사는 삶의 등대인가 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새해를 축하하며 연주한다.

연주를 마치자 관객 모두가 아쉬워 호흡 맞추며, 앙코르를 연발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앙코르곡으로 요한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을 선물한다. 듣는 순간 수줍은 아가씨가 톡톡 튀는 행진곡을 들으며 어느 구석에서 금세 튀어나올 것만 같다. 이 곡은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에 앙코르곡으로 연주되는 곡이다. 마치 오스트리아 빈 신년 음악회에 온 것 같은 분위기다. 관객들이 경쾌하고 익살스러운 연주를 들으며 박자에 맞추어 손뼉을 친다.

'라데츠키 행진곡'은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슈트라우스 Johann strauss 1세(1804-1849)의 작품이다. 이 곡은 라데츠키 장군이 이탈리아 통일전쟁 당시 오스트리아군을 이끌고 대승을 거두며, 귀환할 때 이를 기리고자 연주된 곡이다. 승리의 기쁨을 장교들과 시민들이 함께, 행진곡에 맞추어 손뼉을 친 것이 유래가 됐다고 한다. 그 후 어느 음악회에나 이 행진곡이 연주되면, 참석한 관중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치며 환호한다. 오늘날, 오스트리아 국민들에게 이 곡은 합스브르크의 전성기와 함께 유럽을 지배했던,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곡이다. 음악의 나라답다고 표현하리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부모가 일찍 사망하며, 고아가 됐다. 이웃집 재단사가 양자로 맞아, 도제 수업을 받게 했다. 그러나 슈트라우스 1세는 시간을 내어, 마을 악사에게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배웠다. 악기 교습에 만족지 않고 작곡의 길도 가기 시작했다. 그는 즐겁고 리듬감 넘치는 음악을 많이 작곡했다. 또한, 아들 장남 슈트라우스 2세와 둘째 아들 요제프, 넷째 아들 에두아르트와 함께 음악가 왕조의 탑을 쌓았다. 슈트라우스 1세는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며, 악단을 창단해 자신의 곡을 관객들에게 알렸다. 따라서 빈에서 유명해지며, 세계적인 음악가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음악 애호가들이 경쾌한 분위기의 왈츠에 꽂혀 왈츠의 아버지라고 불리게 됐다. 그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라데츠키 행진곡'은 세계 각국에서 신년 음악회 앙코르곡으로 해마다 연주하고 있다.

그의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이며, 아버지를 존경했다. 아버지 슈트라우스 1세는 황제의 명을 받은 왕실 무도회의 지휘자였다. 그러나 아버지를 경쟁의 상대로 보며 수백 곡의 왈츠와 폴카, 마주르카, 행진곡을 작곡했다. 춤곡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아버지 슈트라우스 1세와 함께 후기 낭만 시대 왈츠의 대가로 명성을 떨쳤다. 결국 명성이 아버지를 능가한 슈트라우스 2세는 아버지의 오케스트라를 물려받아 왈츠를 더욱 발전시켜 왈츠의 왕이라 불리고 있다.

슈트라우스 2세의 많은 작품 중 '빈 숲속의 이야기''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봄의 소리'왈츠 곡은 대표작으로 오케스트라로 많이 연주된다. 나 또한, 봄의 소리 왈츠가 좋아 가끔 듣는다. 듣다 보면, 기분이 상쾌해지며 마음으로 왈츠를 추게 된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오케스트라는 물론 합창곡으로 많이 연주된다. 이 곡은 학원에서도 수강생들에게 피아노곡으로 교습하고 있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히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무려 80년이 넘도록 매년 신년 음악회를 하고 있다. 이 음악회는 전 세계로 생중계된다. 앙코르곡으로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된다. 관객 모두 일어나 손뼉 치며 새해를 맞는다. 전 세계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이 음악회에서는 요한슈트라우스 1세의 아들 요한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도 항상 같이 연주된다.

2002년 월드컵 전야제에서 온 국민이 소프라노 조수미를 만났다. 조수미가 부른 노래는 '라데츠키 행진곡'에 노랫말을 붙인 곡이었다. 높은 영역의 소리가 낭랑하게 들리던 기억이 새롭다. 피날레로 간단한 노랫말로 부른 이 곡은 신이 내린 소리로 들렸으리라. 그날 부른 노랫말을 띄워본다.

우리 다 함께/ 손잡고 나가자/우리 다 함께/ 나가자/

미래를 위해/ 우리 다 함께 /미래를 위하여. 중략

내 삶이 가는 길은 부모님 덕분에 항상 음악과 함께 한다. 황혼기가 되기까지 음악학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무도 삶의 길을 정해주진 않는다. 부처님 '열반송''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을 새겨 본다.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아라.'라는 부처님 법문이다. 과연 내가 걷고 있는 음악 교육자의 길이 어두운 밤길에 비치는 등불처럼, 마음을 열어주는 내 삶의 등대일까. 내 영혼 치유의 빛이 될까.

음악으로 마음을 열다 보면 구멍 난 행복도 어느새 메워지며, 삶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법구경' 첫머리에 이런 구절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이 근본이다.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를 품으며, 이 순간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모두 내려놓으련다.

삶의 첫걸음부터 나와 손잡고 가는 수많은 제자가 떠오른다. 그들과 신년 음악회 앙코르곡 '라데츠키 행진곡'에 꽂혀, 음악의 길을 가련다. 나의 버킷리스트, 음악을 좋아하고 가르치는 도타운 할머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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