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평가항목 변경 요구… 사실상 국책사업 '국정농단'

28석 중 27명 당선 언급하며 집권여당 압박
앞서, 民 이해찬 대표 '전남 구축' 실언 물의
충청 공대위 "공정·신뢰성 훼손 말라" 일침

2020.04.26 19:53:38

1조 원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26일 청주시내 주요 도로변에 청주 오창 유치 서명운동 시민 참여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제조강국 실현과 기술강국 도약을 위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이 지역 패권만 찾아 몰려다니는 지역주의 정치로 첫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정부가 초기 구축비용만 8천억 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호남을 대놓고 밀어주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호남권 당선자들은 4·15 총선 결과를 들먹이며 평가항목 변경까지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별도의 개념연구를 통해 최고 수준의 우수한 방사광가속기 구축 준비를 밟아왔다.

입지 여건을 종합하면 지진 등 각종 자연재해 안정성과 시설접근 편의성 등은 주요 평가항목 외에 과기부가 목표한 2028년 운영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2022년 착공이 가능한 최소 26만㎡ 면적의 부지여야 한다.

사실상 모든 조건을 충족한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후기리 오창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가 최적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4·15 총선을 거치면서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항만, 공항, 도로와 같은 SOC처럼 취급·변질됐다.

시작은 이해찬 대표의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유치의향서 접수 마감일인 지난 8일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를 광주와 전남에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민주당 보도자료와 유튜브 채널 '씀'을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충북을 비롯해 과기부의 기준에 따라 공정한 경쟁을 준비 중인 지자체와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이 대표는 본인의 명의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고 발언을 정정했지만 불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총선 이후 당선자가 중심이 된 호남권 유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평가항목 재조정 요구까지 나오게 됐다.

민주당 호남권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김영록 전남지사 등과 함께 지난 23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 건의문을 발표하고 청와대, 국무총리, 국회의장, 민주당 대표, 과기부 등에 전달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지리적 접근성' 등 입지 조건에 높은 점수(100점 중 50점)을 부여한 평가항목에 대한 재조정을 촉구했다.

서삼석 전남도당위원장은 "550만 광주, 전남·북 도민은 총선에서 28석 중 27명을 당선시켜 줬다. 방사광가속기가 호남에 유치돼야 한다는 염원이 거기에 실려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총선에서 집권 여당을 전폭 지지했으니 방사광 가속기 호남 유치를 위해 기존 평가항목을 변경해야 한다는 논리다. 곧 호남을 위해서는 대형 국책사업 평가기준을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른바 '국책사업 국정농단'에 해당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와 관련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상생발전을 위한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보도자료를 내 "호남권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입지 선정의 공정·신뢰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청권공대위는 "평가지표의 변경을 통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호남권 구축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크게 흔들며 공정한 입지선정의 절차과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도가 지나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평가지표를 특정 지역에 유리하게 변경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엄청난 국정 불신과 지역 간의 갈등을 초래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을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 안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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