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

2016.09.05 14:43:06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모두가 잘 아는 대로 요즘 공무원 사회에는 많은 별칭이 붙었습니다. '구라청', '3시간30분', '고등어', '우대수', '복지부동' 등 다양합니다. 한결같이 유쾌한 느낌을 주는 단어가 아닙니다.

'구라청'은 장마기간과 폭염기간을 제대로 예보하지 못하고 그날그날 눈에 나타나는 날씨를 가지고 대충 얼버무리는 기상청을 두고 시민들이 붙인 별칭입니다.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이 날씨이기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오보로 도배를 하다 보니 오명을 얻었지요.

'3시간30분'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 탓에 국민들이 전기세를 걱정하다보니 누진세의 완화방안을 요구하게 된 것인데 그것의 해결책으로 산업통산자원부에서 내놓았다는 의견이 하루에 에어컨을 그만큼만 사용하라는 것이어서 얻게 되었지요. 정부는 OECD 평균 운운하며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유난히 높은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예로 든 미국과 일본은 훨씬 낮은 누진비율로 전기요금을 내고 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국민들은 '3시간30분' 발언이 나오자 "정말로 큰 부담이 안 된다면 장관 집무실부터 3시간30분 동안만 에어컨을 사용하라"며 분노했습니다.

'고등어'는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환경부가 대책을 발표한다면서 내용에 포함시켜 죄도 없이 몰매를 맞았습니다. 그 영향으로 고등어값이 폭락하자 뒤늦게 '실태조사 결과는 실내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고등어가 미세먼지의 주범이 아니라'고 애써 변명했습니다. 이미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국민들은 도산단계에 들어갔는데 뒷북을 친 것입니다.

'오대수'는 영화 '올드보이'에서 왔습니다. 부인과 딸 하나를 둔, 수다스러운데다 술을 마시면 기행을 벌이는 것 외엔 무능하기 그지없는 '오대수'라는 남자가 '오늘만 대충 수습하자'라는 자세로 삶을 살았기에 국민들이 공무원 사회에 덜컥 가져다 붙이고는 비꼬는 재미를 즐기게 된 것이지요.

'복지부동'은 공무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입니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 직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자세를 지적하는 말로 등장해 유행어로 발전했습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 말이 최근 들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이 '복지부동'의 부활은 '구라청', '3시간30분', '고등어', '우대수'와 밀접한 관련을 갖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각종대책이라는 것이 뜬구름 잡는 식으로 민심과 괴리를 가질 뿐 아니라 부적절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겠지요.

어느새, 박근혜 정권이 4년차를 맞았습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 공무원 사회에서부터 우선 레임덕이 찾아왔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생산과 추진력을 회복하기 위한 정권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과거,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시련의 극복을 위해 가장 앞장섰던 것이 공무원입니다. 때문에 수시로 희생을 강요받았고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순순히 제물이 되길 원치 않습니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때때로 그들을 기만하면서 헌 짚신짝 취급을 하기 때문이겠지요. 위에서 기술한 것처럼 비록 온갖 멸시를 당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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