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공동체헌장

2016.05.23 17:58:11

[충북일보]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의 교육정책 진행이 참 아쉽다. 취임 2년 동안 제대로 된 게 없다. 사안마다 혼선과 갈등이 혼재했다. 최근엔 충북교육공동체헌장이 '야속한' 운명에 처했다.

***의제를 이끄는 힘은 민심이다

김병우 교육감이 보좌진을 향해 쓴 소리를 했다. 보좌진의 부적절한 언행도 싸잡아 꼬집었다. 한 마디로 '오버하지 말라'였다. 교육공동체헌장 제정 과정서 보인 보좌진의 무력함을 질타한 셈이다.

김 교육감은 지난 20일 간부회의에서 "보좌진의 임무는 교육감과 공식적인 행정라인에서 발휘할 수 없는 정무기능을 챙겨주고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칫 '도와주는' 보좌관 라인의 목소리가 커지거나 앞서면 의존성이 생기고 책임성이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쓴 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좀 거북하고 불편하다. 하지만 개인이나 조직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소 눈초리가 따가워도 하는 게 좋다. 그래야 균형추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다. 쓴 소리에 희망이 담기는 까닭은 여기 있다.

쓴 소리는 대개 듣기에 거슬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익한 말이다. 서로의 관계가 좋으면 쓴 소리도 단 소리로 들린다. 그런 점에서 김 교육감의 이번 쓴 소리는 보좌진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그런데 교육공동체헌장이 난감하다. 이달 말 선포가 기본 계획이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일부 학부모 단체의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자칫 물리적 충돌이라도 생기면 낭패다. 한 마디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정책 추진에 있어 중요한 게 있다. 우선 내가 정한 의제가 내 뜻대로 되는 게 가장 좋다. 충북 의제가 대한민국 정책이 되면 최선이다. 그런데 교육공동체헌장은 김 교육감에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정책이다. 충북의 의제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결정해야 한다. 보좌진도 김 교육감에게 진언해야 한다. 하는 일마다 사과해야 한다면 그만둬야 옳다. 세상 일 중엔 타협하지 않고 뚜벅뚜벅 자기 길을 가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러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김 교육감은 지금 그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각종 의제를 정책으로 이끌어가도록 하는 힘은 민심이다. 민심을 얻지 못한 의제는 하루라도 빨리 버리는 게 낫다. 김 교육감의 쓴 소리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겼다. 칭찬받을 성과보다 해결해야할 과제에 대한 주문이다.

김 교육감이 앞으로 갈 길은 더 험하고 가파르다. 교육공동체헌장은 충북민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게다가 교육공동체헌장 선포가 민심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옳다. 이 기회에 '쿨 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보좌진을 향한 김 교육감의 쓴 소리는 취임 이후 처음이다. 교육공동체헌장 제정 과정서 불거진 난맥상에서 나온 부대효과다. 보좌진이 무엇을 보좌해야 할지 빨리 선택해야 한다. 민심이 원치 않을 때 행하고 얻는 결과는 불을 보듯 훤하다.

교육의 비전과 목표만 서면 누구보다 빨리 따라 잡는 게 충북도민들이다. 그 점을 믿고 과감히 선택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포기할 건 빨리 포기해야 한다

지금 겪는 갈등의 책임은 온전히 김 교육감 몫이다. 물론 그동안 완장을 두르고 설친 보좌진의 책임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계속되면 김 교육감에게 성공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잘못을 안 순간 바로 혁신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김 교육감은 스스로 고인 물이 아니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혹 소수의 참모 지배에 기대지 않았는지 치열하게 살펴봐야 한다. 판단과 실행은 구체적이고 신속한 게 좋다. 김 교육감의 정책이 변해야 충북교육이 변할 수 있다.

김 교육감은 쓴 소리의 구체적인 사례를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도교육청 안팎에서 아는 이들은 다 안다. 우선 구조개혁을 통해 김 교육감의 정책이 하나로 관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김 교육감과 보좌진이 해야 할 일이다.

이제 거꾸로 충북교육을 위한 보좌진의 숭고한 쓴 소리를 기대한다. 진정한 참모는 때로 보스의 지침에 일격을 가하기도 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32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