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바통터치와 기업가 정신

2015.11.11 13:33:17

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부장·경영학 박사

지난 10월말 '2015 가업승계, 아름다운 바통터치' 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100년 대계를 꿈꾸는'명문 장수기업' 시상이 있었는데 수상한 업체들의 특징은 한결 같았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창업주인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뛰어넘는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통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었다.

창업 2세들이 주도하는 변화를 보며, 최근 성장이 정체되며 노화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우리 기업들. 특히, 1세대 경영인들이 이루어낸 성장의 울타리에서 안주하며 그저 우아하게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나약한 2세 경영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분명해 보였다.

지난 50년간 찬란했던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장의 밑바탕에는 무모하리 만큼 과감한 도전과 강인한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

정주영 회장의 일화가 떠오른다. 1975년 여름 어느날, 박정희 대통령이 현대건설 정주영 회장을 급히 불러 달러를 벌어들일 기회가 있으니 중동에 급히 다녀오게 했다.

당시는 석유파동으로 중동국가들이 달러를 주체하지 못해 인프라 투자에 나설 채비를 하던 터였다. 하지만 무더운 곳이라 선뜻 일하러 가는 나라가 없자, 우리 공무원들을 보내 현지 상황을 알아보라 했더니 "너무 더워서 낮에는 일을 할 수 없고, 건설공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이 없어 공사를 할 수 없는 나라"라고 보고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중동을 다녀온 정주영은 전혀 다른 보고를 했다. "중동은 이 세상에서 건설공사 하기에 제일 좋은 지역입니다. 1년 12달 비가오지 않으니 1년내내 공사를 할 수 있고 물은 실어오면 되고, 무엇보다 건설에 필요한 모래가 지천에 널려있어 자재조달 여건이 최고이며, 날씨가 무더우나 낮에 자고 선선한 밤에 일하면 됩니다" 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일을 시작하든 반드시 된다는 확신 90%와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 10%를 가지고 일해 왔다. 안될 수도 있다는 회의나 불안은 단 1%도 끼워 넣지 않았다." 정주영 회장의 말이다. "임자, 해봤어· "로 대변되는 1세대 경영인들의 강인한 도전정신. 즉 기업가 정신이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의 2세 경영인들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는 일에 혈안이고, 또 겉 멋만 잔뜩 든 2세들은 가업을 이어받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러니 부의 대물림이니 뭐니 하는 비아냥이 나오는게 아닌가.

얼마전 우리 상공회의소에서 부산 삼진어묵 3세 경영인의 성공경험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었다. 치열하게 경쟁하며 제살 깍아먹기 하고있는 기존 어묵시장의 한계를 인식한 그는 '어묵베이커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40억원 규모의 회사를 3년만에 700억원대로 키워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뛰어넘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 냈다.

도전과 과감한 투자가 이뤄낸 눈부신 성과다. 눈앞의 재무적 이익만을 내세우며 안정 제일주의를 바라는 모습은 옳지 않다. 강인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과감히 투자하고 신수종 사업을 찾아내 한단계 진화해야 한다.

지속성장만큼 아름다운 모습은 없다. 힘차게 달려온 아버지로부터 바통을 무난하게 넘겨받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바통을 받은 주자가 이를 악물고 뛰어 한발 더 앞서갈 수 있을 때 진정 아름다운 바통터치를 이루는 것이다. 안주는 없다. 과감한 도전과 투자만이 지속성장의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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