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너무 먼 노벨상

2015.10.14 13:21:40

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부장·경영학 박사

최근 85세의 중국 여성 중의약 학자인 투유유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를 발견한 투유유 교수는 아일랜드 출신인 윌리엄 캠벨,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와 공동으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번 수상은 유리천장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노령의 여성 과학자가 이룬 성과여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녀는 박사학위도 없고, 유학경험도 없고, 원사(중국 과학계 권위자에게 주는 최고 명예)에도 선정되지 못한 소위 삼무(三無) 과학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수십년간 한 우물을 파 세계 최고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20여명의 노벨상을 배출한 일본 과학의 힘이야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중국의 이번 수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과학자들에게 지속적인 투자를 한 결과물입니다. 문화혁명 이후 중국은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과학자들을 자국으로 불러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과학원은 1994년 해외에서 과학자 100명을 데려온다는 '백인계획'을 세웠고, 이것은 이후 후진타오의 '천인계획'을 거쳐 현재 시진핑 주석의 '만인계획'으로 발전했습니다. 투유유 교수도 1960년대 말 마오쩌뚱 주석의 지시로 말라리아 특효약 개발에 참여한 수많은 과학자 중 한 사람입니다.

이처럼 중국은 과학기술 인재양성은 물론이고 기초과학에서 산업기술에 이르기까지 정부주도로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중국은 경제적 성장을 넘어 미래 과학기술 분야도 주도할 것입니다. 우리의 턱밑까지 쫓아온 산업기술 경쟁력보다 앞으로 기초과학분야에서 뒤쳐질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역사가 증명해 주듯 과학자와 기술자를 우대한 국가가 산업사회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습니다. 1769년 영국의 아크라이트라는 사람이 방적기를 만들자 국왕은 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고 주지사로 임명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그만큼 좋았었다는 방증이고, 이것이 바로 영국이 산업사회 주도권을 쥐게 된 분명한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세종대왕은 과학과 기술을 크게 장려해 조선시대의 황금기를 열었습니다.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기술이 있은 인재는 중용하였는데, 노비 출신이었던 장영실이 종3품의 관직까지 제수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과학기술을 번성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지 역사가 이미 그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중 투유유 교수, 한국서 연구했다면 노벨상 못타" 라는 제목의 신문기사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위 기득권층들이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해 다른 영역을 배척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고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사회 곳곳에서 이공계 출신을 홀대하는 문화가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은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부의 부활이 시급해 보입니다. 국가 R&D 체계를 일원화해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하고 과학기술인 양성과 지원에 매진해야 합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회는 정부에 그간 뭐했냐고 호통만 치고 정책을 만드는 데는 뒷전입니다. 5년, 10년후 진짜 위기가 닥칠지도 모르는 지금.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중국의 대약진을 보며 세종대왕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워지는 10월의 가을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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