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과 대형마트 그리고 제로섬의 관계

2015.08.19 14:01:03

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부장·경영학 박사

속초에서 보낸 여름휴가가 생각이 납니다. 특히, 우리 이쁜 공주님이 꼭 먹어봐야 한다며 찾아갔던 속초 중앙시장의 닭강정이 떠오릅니다. 한참을 줄서서 사먹느라 고생은 했지만, 청주의 재래시장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던 속초 중앙시장의 그 북적거림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사람들로 넘쳐나는 전국의 유명한 재래시장을 보면 일반 재래시장과 무언가 다른 특별한 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특화시장인 대구의 약령시장, 닭강정집과 같은 대표선수를 보유한 속초의 중앙시장, 각설이도 있고 전국의 잃어버린 개는 다 모인다는 성남의 모란시장, 콩으로 유명한 파주의 장단시장, 조영남의 노래로 유명한 경남 하동의 화개시장, 부산의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등이 바로 그런 시장들입니다. 이들 시장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남다른 컨텐츠(Contents)를 갖춘 시장들입니다.

그간 정부에서는 재래시장의 경쟁력을 높힌다고 시설개선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는데 과연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서민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재래시장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재래시장에 천장 씌우고, 화장실 개선하고, 주차장 만들고 한다고 해서 완벽에 가까운 편의성을 갖춘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특히,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해 재래시장을 살리고자 했던 정책은 큰 오류였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모 지역일간지 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대전지역 백화점·기업형슈퍼마켓(SSM)·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의 매출은 23.5% 가량 늘어난 반면, 지역 골목상권의 평균 매출은 20%정도 하락하고 폐업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대형마트 규제후 오히려 재래시장의 수익이 떨어진 것입니다. 다윗을 키우기 위해 골리앗을 구속하는 것이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입니다. '제로섬 게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가치의 총액이 한정되어 있어서 누군가 손해를 봤다면 그 양만큼 어느 한쪽은 이익을 본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 '제로섬 게임'의 논리만 믿고 대형마트 규제를 밀어붙었는데 결과는 영 다르게 나온 것입니다. 다윗과 골리앗을 제로섬의 관계로만 본 정책의 오류인 것입니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는 제로섬의 관계가 아닌 상생의 관계가 되도록 유도해 서로 공존하며 시장규모를 함께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 광진구 중곡시장내에 있는 대형마트가 신선식품을 철수한 후 시장상인들의 매출도 오르고 대형마트 역시 점차 매출이 개선되고 있는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합니다.

아울러, 재래시장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자원 및 특산물 등을 발굴해 관광과 쇼핑이 연계되도록 지원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과 재래시장내에서 청년들의 창업을 유도하는 '청년장사꾼 육성사업'은 매우 바람직해 보입니다.

특히, 청년들의 톡톡튀는 아이디어가 고령화 되어가는 재래시장에 생기를 불어넣고 새로운 시장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아내와 대형마트에서 생필품 쇼핑하고 젊음이 넘치는 시장거리에서 청년이 말아주는 국수 먹고 길거리 공연을 보며 카페에서 커피한잔 마시는 풍경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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