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2012.02.14 16:17:56

최상천

청주상의 지식재산센터장

'빌 게이츠, 너는 뛰어봤자 내 발 밑에 있다. 아름다움을 모르기 때문에!'

애플사의 스티브잡스가 생전에 자신의 영원한 라이벌 빌 게이츠를 행해 던진 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애플은 디자인 경영의 꽃이다' 라고 할 만큼 디자인을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관련 제품의 판도를 바꾸어 놓은 대표적인 회사다.

스티브잡스는 모든 혁신의 중심을 디자인에 두고, iMAC, iPod, 아이폰 등 혁신적인 디자인을 채택한 PC, MP3플레이어, 스마트폰을 개발해 세계시장을 점령했다. 기술발달로 제품의 기능과 품질이 엇비슷해 지면서 디자인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음을 일찍이 간파했던 것이다.

유심히 살펴본 분은 알겠지만 아이폰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애플사가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조립함.' 애플은 스마트폰 분야에서 원천기술도 없이 다양한 부품의 개별 기술을 조합해 경쟁사보다도 훨씬 사용이 편리하고, 사용하는 즐거움을 선사한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이다. 이것은 고도의 기술보다는 사용자의 경험과 기대를 디자인하여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더 중요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야흐로 디자인의 시대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 당신의 회사를 두드러지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기술의 참신성이 사라지고 나면, 제품은 하이터치(高感度, 하이테크의 대극에 있는 인간적인 감성)를 통해 차별화된다'고 답한 바 있다. 또 영국 디자인카운슬의 조사에 의하면 디자인을 기업경영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매출액이 약 네 배 정도 빠르게 증가한다고 한다.

'어제는 가격, 오늘은 품질, 내일은 디자인이 결정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시장에서 제품을 구별하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디자인이라고 할 정도로 디자인이 제품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금년 2월, 세계적 권위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 'iF 디자인 어워드 2012'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이 대거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고 한다.

독일 인터네셔널 포럼 디자인이 주최하는 'iF 디자인 어워드'는 1953년 제정된 공모전으로 최근 출시됐거나 3년 이내에 출시 예정인 제품의 디자인, 소재 적합성, 혁신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대회로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TV D8000'과 디지털 엑스레이 'XGEO GC80'이 금상을 수상하는 등 총 44개 제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는데, 이는 올해 대회에 출품한 회사 중 최다 수상 기록이라고 한다. 삼성전자가 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지 그 이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과는 달리 투자여력이 부족한 우리 중소기업은 어떠한가?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도 디자인의 낙후성으로 인해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여행을 해본 분들은 모두가 느꼈겠지만, 어느 지역을 가던 거리의 상점들에 진열된 식품포장을 보고 놀라곤 한다. 구매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에 대한 믿음과 회사에 대한 신뢰까지 느끼게 한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이다. 이처럼 디자인은 제품을 바꾸고 기업을 바꾸고 소비자를 바꾼다.

동가홍상(同價紅裳).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왕이면 더 좋은 쪽을 택한다는 뜻의 우리 속담이다. 다시 말해 주위의 여럿 중에서 모양이나 보기에 좋은 것을 선택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말이다. 디자인이 최고의 경쟁력인 시대. 중소기업도 품질을 넘어 디자인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하고, 이제 디자인으로 승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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