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커트 경제학'의 역설

2012.04.24 17:33:23

최상천

청주상의 지식재산센터장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 날씨도 그렇거니와 거리를 온통 짧은 미니스커트가 점령해 버렸으니 말이다. 흔히들 알고 있듯이 경기가 불황일수록 여성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대로라면 올 경기도 어렵다는 얘기인데. 걱정이다.

향후 경기에 대한 예측치를 보여주는 지수를 '경기선행지수'라고 하는데, 종종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경기선행지수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미니스커트 열풍 현상만을 놓고 보면 지난 몇 년간 진행된 경기침체를 설명하고도 남으니 전혀 근거없는 말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불황=미니스커트 유행' 등식은 많은 경제학자, 심리학자, 패션전문가 등에 의해 설득력 있게 혹은 그럴싸하게 설명되어 마치 경기를 반영하고 있는 양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속설대로라면 최근에 '초미니스커트'란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미니스커트의 길이가 더 짧아지고 있는데, 짧아지는 미니스커트 길이 만큼이나 앞으로 경기가 더 악화된다는 뜻인데 과연 그럴까?

최근 미국 인터넷신문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흥미로운 발표를 했다. 이 신문에 의하면 '2012 뉴욕 가을·겨울 패션위크'에 출품한 25명 디자이너들의 2,100여개 의상을 조사한 결과 스커트나 드레스의 길이가 전년보다 짧아져 경기호조를 기대할만 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치마길이 이론'이라고도 알려진 '헴라인 지수'에 근거한 것인데, 이 지수는 1926년 경제학자인 조지 테일러가 만든 것으로 경기가 좋을 때 여성이 실크스타킹을 보여주기 위해 치마를 짧게 입고, 경기가 나쁠 때는 스타킹을 살 돈이 부족하기 때문에 치마를 길게 입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황때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속설을 뒤집는 정반대의 주장들을 역사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20년대 미국 콜럼비아대학 폴 니스트롬 교수도 그의 저서 '패션 경제학'에서 불황때 오히려 치마길이가 길어진다고 주장했다. 치마길이와 주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 미국 여성의 치마길이는 한창 호황이던 1920년대 무릎까지 올라갔다가 대공황이 발생한 후 1930년대의 불황때 다시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어졌다는 것을 밝혔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마브리도 1971년 뉴욕의 경제상황과 치마길이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면서 경기호황이 곧 미니스커트의 인기라며 치마길이가 짧아지면 주가가 오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기가 호황이던 1960년대에는 짧은 치마가 유행이었고, 오일쇼크 등으로 불황이었던 1970년대에는 긴 치마가 인기를 끌었다.

또, 인간 행동학의 권위자인 데스먼드 모리스 교수도 경험적 분석을 토태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기지수와 치마 길이 사이에 정확한 반비례 관계가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이처럼 경기와 스커트길이와의 상관관계에는 상반된 견해가 있지만, 최근 스커트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보며 왠지 헴라인 지수가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최근의 경제상황이 그리 녹녹치 않아서 앞으로 좋아질거라는 기대심리가 투영되서 그런 것은 아닌가 싶다.

특히, 올해 뉴욕 패션위크에 출품한 의상 가운데 80%가 지난해보다 스커트와 드레스의 길이가 짧아졌다고 하니, 헴라인 지수가 맞는다면 주가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사라지고 경제가 완만한 경기상승 국면으로 돌입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경제(經濟)는 심리(心理)'라고 흔히들 말한다. 그런 면에서 미니스커트의 유행을 불경기적심리현상으로 받아들여 우울한 경제현상을 예단하는 것인 양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헴라인 지수(치마길이 이론)를 믿었으면 하는 바램이고, 미니스커트가 거리마다 넘쳐나듯 경기에 대한 긍정의 심리가 거리마다 넘쳐나서 우리 경제 구석구석에 펴져 나갔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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