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어머니

2012.05.08 16:56:08

최상천

청주상의 지식재산센터장

1865년 겨울의 어느날. 웨일스 북방 산촌에 사는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깊은 밤에 갑작스럽게 아기가 병이 나는 바람에 아기의 진찰을 위해 의사를 찾아 산을 넘고 있었습니다. 눈바람이 몰아치는 칠흑같이 어두운 산속을 헤매다 그녀는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길을 잃어버렸기에 절망 속에서 사방에 소리치며 사람을 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 눈보라가 그친 후 마을 사람들이 그 근처를 지나가다가 몸을 웅크린 채 추위에 얼어 죽고만 여자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인은 옷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꼭 안고 있는 천을 헤쳐보자 갓난아기가 조금씩 몸을 뒤틀고 있는 게 아닙니까! 어머니는 목숨을 잃었지만, 아이는 살아났습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어머니의 희생을 듣게 되었고, 언제나 마음속에 어머니의 사랑을 깊이 간직하며 자랐습니다. 비록 평생 부모 없이 살았지만, 가슴 속에 뜨거운 사랑을 받은 기억이 있는 아이는 이후 변호사와 재무장관을 거쳐 영국 수상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따뜻하고 사랑이 담긴 복지제도를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바로 영국의 제53대 수상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의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합니다. 5월 이어서 그런지 더욱 그렇습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지금도 가끔 이런 글을 읽으면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맺힙니다. 어리광을 부리면 지금도 받아주실 것 같은 어머니. 하지만 그 어머니는 지금 계시지 않습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우리 5남매 가족은 휴일을 맞아 부모님이 잠들어 계신 목련공원을 다녀왔습니다. 혹시나 망가진 곳은 없는지 이리저리 살피고, 정성스레 잡풀도 뽑고, 술한잔 올려 드렸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죄송함은 잠시 뿐이고, 이제는 모두 장성해 자식을 둔 아버지와 어머니가 된 우리 5남매 내외는 아이들 키우는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부모의 마음을 알리 없는 아들녀석과 조카녀석들은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이래서 내리사랑 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늘에 계신 어머님도 이런 우리가족 모습을 좋아하실 거란 생각이 들면서도, 손주들 재롱 한번 제대로 못보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메여 옵니다.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지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하고, 고생만 하시던 어머니께 효도하지 못한 뉘우침에 서러워 서러워 눈물이 납니다.

아버님은 장남인 제가 대학 1학년 때 돌아가셨고, 그때부터 어머니는 저를 비롯한 5남매와 연로하신 할머니까지 책임지셔야 했습니다. 힘들다는 말씀, 아프다는 말씀 한번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그 누구보다 강하셨습니다. 시간이 흘러 동생들 대학가고, 좋은 직장 취업하고 해서 이제 어머니도 한시름 놓으실 만 하니까, 뜻하지 않은 병으로 2003년 겨울. 58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대학에 다니는 막내 걱정에 눈을 감지 못하시는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사신 어머니는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자식들 걱정만을 하셨습니다.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사랑을 주시고 가신 어머니. 이제 그 받은 사랑을 만분의 일이라도 돌려드리려 하는데 곁에 계시지 않으니 말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이런 어머니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 왔는지 모릅니다.

사랑은 더 큰 사랑을 낳는다고 하는데. 오늘 목련공원을 다녀와서 이글을 쓰며, 어머니가 주신 그 큰 사랑을 우리 아이들에게 한없이 주려고 다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 큰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지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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