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순구는 '디지털' 최씨는 '아날로그' 였다

청주 떠들썩하게 만든 두 사기 사건 피의자들
도피 방법 극명한 대비보여

2013.10.21 19:12:37

안순구(왼쪽)·최모씨

속보 = '자전거(안순구)' 대 '자동차(최모씨)'.(7월3·12일 각 1면)

하지만 "안순구의 도피 수법이 '디지털'이었다면, 최씨의 도피 수법은 '아날로그 방식' 이었습니다."

수 백 억원대 투자금을 끌어 모은 뒤 잠적,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3개월여 동안 도망 다녔던 안순구(52)와 약국투자 사기사건 피의자 최모(57)씨의 행방을 쫓았던 경찰의 말이다.

결국 자수를 선택한 지게차 투자사기 피의자 '안순구'와 경찰의 손에 붙잡힌 '최씨'의 도피 수단과 방법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투자사기 용의자'라는 점과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도주 한 두 사람.

이들은 3개월여 동안 도피생활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도피생활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

우선, 안씨는 도피 수단으로 '자전거'를 선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잠적한 안씨는 자신의 외제 승용차를 청원군에 있는 한 중고자동차 시장에 매각했다.

그는 이후 경북 상주로 내려가 60만원 상당의 고급 자전거를 구입했다.

자전거를 타고 안씨는 강원도 원주~홍천~경북 상주~포항~대구~청주~부산 등지를 이동하며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잠은 주로 모텔서 잤다.

무엇보다 안씨는 도피생활 도중 가족과도 철저하게 연락을 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지난 9월 초,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잠시 청주에 오기도 했다.

안씨는 가족을 만나는데 실패했고, 자전거를 타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서 머물던 안씨는 자수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청주로 돌아오던 중 경북 상주 시외버스터미널에 자신의 자전거를 버려두고 버스를 타고 청주에 올라와 지난 16일 경찰에 자수, 그의 도피생활은 끝나게 된다.

반면, 약국 투자사기 사건 피의자 최씨는 도피 수단으로 '자동차'를 선택했다.

지난 6월 말 잠적한 최씨 역시 잠적 직후 자신의 외제 승용차를 팔아 치우고 '아반떼' 중고차를 구입했다.

중고차를 구입한 그는 번호판을 위조, 교체했다.

하지만 그는 어찌된 일인지 차량 '앞 번호판'과 '뒷 번호판'의 번호를 다르게 장착했다.

이 것이 바로 경찰이 최씨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앞과 뒤가 다른 번호판을 장착한 중고차를 타고 최씨는 청주~청원~천안~아산 등지를 오가며 3개월여 동안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최씨 역시 잠은 모텔서 잤다.

대담하게 최씨는 도피생활 도중 가족과도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포위망을 좁혀간 경찰은 최씨가 청주와 청원, 천안, 아산 등지의 모텔에 숨어 있다고 확신하고 이 지역 모텔을 쥐잡 듯 뒤지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17명으로 구성된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팀은 아산지역 130여개 모텔을 샅샅이 뒤지다 모텔 주차장에 앞·뒤 다른 번호판이 달린 최씨의 승용차를 발견하고 모텔에 숨어있던 그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를 타고 도피했고, 가족과도 절대 연락을 하지 않은 안순구를 체포하기 정말 힘들었다. 자수하지 않았다면 그를 잡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약국 투자사기 용의자 최씨는 앞과 뒤가 다른 번호판을 달고 청주와 청원, 천안, 아산 등지를 돌아다녔다. 또 가족과 연락을 주고받는 등 허술하게 도피생활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록 자전거로 도피했지만 안순구는 정말 치밀하게 도피생활 한 디지털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씨는 경찰 입장에서 허술하기 짝이 없던 아날로그식 도피생활 이었다"고 전했다.

/ 이호상·박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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