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복단지 유치에 성공한 대구는 축제 분위기이며 이를 계기로 대구 경북의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게 됐다는 평가를 내린다. 섬유산업이 발달한 대구는 10여년 전부터 섬유산업 부흥을 목표로 '밀라노프로젝트'를 수립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이에 대구는 2005년부터 대구 경제를 이끌 신규 선도산업으로 의료산업을 선정하고 '건강산업도시'와 '메디시티' 마스터플랜을 구축해 심혈을 기울여 왔고 이번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성공으로 대구가 활력을 되찾는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대구는 복수선정에 대해 정치적으로 역차별 당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첨복단지 평가결과 압도적인 1위로 선정됐지만 다른 지자체들의 분풀이 대상이 돼 '정치적 공세' 때문에 단독이 아닌 복수로 지정되는 역차별 받았다는 주장이다. 양명모 대구시의회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특위 위원장은 "평가결과 공개는 대구 경북이 원하는 바다. 대구는 역차별을 받을까봐 노심초사했다. 다른 지자체들이 깨끗이 승복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결과를 분명히 밝히고 복수지정도 철회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결과를 수용하되 앞으로 첨복단지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만드는 구체적 방안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20년 만에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대구는 첨복단지 유치를 환영하면서도 밀라노프로젝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며 "첨복단지 유치성공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구 유치에 결정적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 출신 이한구 의원은 "대구가 의료단지를 유치했다고 저절로 경쟁력을 갖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료단지 유치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인천, 대전 등이 독자적으로 의료단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설비투자 단계부터 속도를 내 하루빨리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상기 한나라당 대구시장 위원장은 "도로, 항만, 공항 등 건설예산은 따오는 것이 90% 완성을 뜻하지만 의료단지처럼 계획, 연구, 건설 등이 버무려진 프로젝트는 유치 순간부터 각종 아이디어 집적, 당·정 협의, 민간지원체계 마련, 시스템 구축 등 엄청나게 할 일이 많다"며 '제2의 밀라노프로젝트화' 경계 필요성을 지적했다.
대구가 충북 오송에 대해 가장 경계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충북 오송이 사실상 수도권이며 전국 어디서나 2시간대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을 갖췄다는 점이다. 대구매일은 사설을 통해 "앞으로 대구 신서, 충북 오송 두 지역 간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수도권 인접 효과를 지닌 오송에 민간기업과 연구소 등이 몰릴 가능성이 큰 탓"에 "벌써부터 (대구)지역 의료계는 의료단지 복수지정에 따른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며 우려한다. 또, "여차하면 대구는 잔칫상만 차려 놓고 남 좋은 일만 시킬 수도 있는 것"이라며 대구의 각성을 촉구했다. 실제로, 대구지역에서는 한국화이자제약 등 대구시와 입주 및 투자협약을 맺은 37개 기업과 연구소들이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유치될 경우 투자하겠다는 '조건부 양해 각서'를 맺은 상태여서 복수지정에 따른 대구 유치 차질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대구가 충북 오송을 경계하는 또 한 가지는 오송에 식품의약품안정청과 같은 보건 의료 관련 국책 기관이 6개나 입주하도록 결정됐다는 점이다. 보건 의료 국책기관에다가 다수의 의약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는 오송의 경쟁력이 경기도, 대전시, 강원도와 연계할 경우 대구 경북은 충청권-수도권-강원권을 연대로 하는 오송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므로 대구 경북이 공동협약을 체결한 광주 등 다른 시·도와 연계 협력하는 방안을 마련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 경북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야는 복수지정에 따른 기능배분과 예산배정 문제이다. 대구는 내심 평가결과 1위라는 점을 부각시켜 신약개발,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등 핵심기능은 대구 신서로 가고 바이오 분야만 충북 오송이 가져가길 기대한다. 대구가 의료관련 연구시설, 의료기관, IT, 나노 등 연관 산업이 강하다는 자체평가를 근거로 정부를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대구 신서지구가 지역구인 유승민 의원은 예산배분에 있어 "보건복지가족부가 드러내놓지는 못하지만 (대구와)경쟁지인 충북 오송에 대한 애정이 있을 것"을 전제하며 "대구와 오송이 5대5로 균등하게 가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대구가 7대3 정도로 더 많은 사업 분야를 따 낼 수 있도록 올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구 동갑의 주성영 의원도 대구 신서와 충북 오송이 발전적으로 경쟁해야 한다면서 "첨복단지의 핵심분야를 대구로 유치해야 한다. 충북 오송 예산의 2배 이상은 대구로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기업과 연구소가 관건-
첨복단지 선정 이후 대구 지역의 치밀하고 조직적인 추진전략 수립과 탈락지역의 독자추진 선언이 계속돼 민간기업과 연구소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충북 오송은 마음 놓을 틈이 없다. 핵심기능과 예산을 얼마나 배정받느냐에 따라 민간기업과 연구소 유치가 연계되기 때문이다. 첨복단지 투자금의 61%가 민간부문임을 감안할 때 기업체와 연구소 유치에 성패가 좌우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구는 첨복단지 유치가 20년만의 경사라며 민간, 기업, 단체, 학계, 의료계, 정치권, 관계가 총동원 돼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성공적 추진에 올인할 태세다. 이에 비해 충북은 어떤 상태에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정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