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기원 '횃불만세운동' 청주서 시작

강내면 태성리 '망곡산'서
조동식 선생 주도 만세소리 진동
별다른 기념시설 없어 '허망'

2019.01.01 15:46:35

경암(慶菴) 조동식(趙東植·1873~1949) 선생의 묘소 앞에 설치한 선생의 동상. 선생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전국 최초로 횃불만세운동을 벌였다. 동상 좌대에는 일제에 굴하지 않겠다는 지금의 항소이유서가 새겨 있다.

ⓒ박재원기자
[충북일보] 촛불집회가 어느덧 우리 사회에 비폭력 국민운동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 불평등이나 부당함, 불통, 권력에 맞서 국민들은 화염병과 벽돌 대신 이제 촛불을 켜고 거리에 나선다.

일부는 촛불집회의 기원을 1960년 미국에서 일어난 반전운동 평화시위에서 찾는다.

아쉽게도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먼저 등불을 켰던 역사적 사실은 회자되지 않는다.

당시 '촛불' 대신 '횃불'이라는 수단적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목적과 방식은 일맥상통하다. 우리나라의 촛불집회 기원을 100년 일제치하에 항거해 나라를 찾기 위한 3·1운동에서 찾아도 무방할듯하다.

1919년 3·1만세운동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타올랐을 때 첫 횃불운동이 시작된 곳이 바로 청주다.

청주에서 시작된 횃불운동은 밤을 밝히며 인근 충남까지 번져 횃불시위, 봉화시위로 확대됐다.

이 횃불 만세운동은 흥덕구 강내면 태성리 출신 경암(慶菴) 조동식(趙東植·1873~1949) 선생의 작품이다.

외적 등 나라에 변란이 있을 때 봉화를 올려 이를 주변에 알렸던 점을 착안한 것이다.

조동식 선생은 1919년 3월 23일 강내면 태성리 뒷산 정산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전국 최초로 횃불운동을 벌였다.

학계에선 유관순 열사가 활약한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3월31일) 보다 일주일 정도 빠른 시기에 일어났던 횃불만세운동을 전국적인 항일운동의 시초로 보고 있다.

청주학연구원이 발간한 '청주의 독집지사'에서도 지역 파급효과가 매우 컸던 운동으로 평가한다.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태성리 산13-8 경암(慶菴) 조동식(趙東植·1873~1949) 선생의 묘소. 묘소 정면의 ‘망곡산’. 조동식 선생은 1919년 3월 23일 이 망곡산에서 첫 횃불만세운동을 벌였다.

ⓒ박재원기자
조동식 선생이 주도한 횃불운동은 24일과 26일에도 계속됐고 충남 연기군까지 확대됐다.

4월 1일에는 청주 서북쪽 지역이 횃불로 불바다를 이루면서 만세 소리로 진동했다.

그는 횃불운동에 이어 만세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문서를 배포하다 체포돼 1919년 6월 14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전국 최초의 횃불만세 운동이 청주에서 시작됐지만, 변변한 기념시설은 없다.

유족과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조동식 선생이 횃불만세 운동을 벌이기 위해 오른 산은 선생의 묘소(강내면 태성리 산13-8)에서 정남쪽으로 1㎞가량 떨어진 '망곡산'이다.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마을 주민들은 이 산을 망곡산으로 불렀다.

이곳에서 촛불집회의 기원이나 다름없는 횃불만세 운동이 전개됐으나 기념비나 이곳이 횃불만세 운동의 기원지라고 알리는 어떠한 안내문도 없다.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천안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기념 공원과는 대조적이다.

그나마 조동식 선생의 묘소에 설치한 동상으로 위안을 삼는다.

2013년 11월 21일 선생의 업적을 기려 횃불을 들고 있는 조동식 선생의 동상이 설치됐다.

굳게 다문 입술과 매섭게 노려보는 눈매는 일제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선생의 강한 의지를 그대로 본떴다.

동상을 받들고 있는 좌대에는 선생이 조선총독부에 보낸 '상고취의(上古趣意)'가 적혀 있다. 서대문 형무소로 끌려가기 전 작성한 지금의 항소이유서다.

여기에는 "나를 적으로 생각해 포로로 취급하는 것은 인정하나 남의 나라 국민을 형벌에 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적혀있다.

/ 박재원기자 ppjjww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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