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고구려와 전쟁하지 말라"

2018.10.04 19:25:34

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 경영학박사

 현재 한국 박스오피스 영화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안시성'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영화진흥위원회 기준 현재 누적 관객 472만 명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404억4천908만 원으로, 관객 수 기준 역대 한국영화 순위 10위에 위치 해 있다. 무엇이 그토록 사람들을 극장으로 모여들게 만드는 것일까?

 안시성이란 영화는 곧 주인공 '양만춘'의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양만춘은 고구려의 명장이자 안시성 전투를 승리로 이끈 안시성의 성주로, 642년(영류왕 25) 연개소문이 정변을 일으켰을 때 연개소문에 복종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성주의 직책을 유지한 인물이다.

 영화의 배경은 645년 삼국시대 고구려 전방의 '안시성'이라는 지역인데, 이 시기는 삼국시대 말로써 고구려가 점차 그 기세와 힘을 잃어가던 시점으로, 그 당시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안시성은 고구려조차 당나라의 기세에 눌려 포기해버린 비운의 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양만춘은 어떻게 '안시성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을까?

 시대와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의 덕목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어떤 시기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가 필요한 반면, 또 어떤 시기에는 국민과 소통하고 합리적인 리더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양만춘의 리더십은 여러 가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듯 하다. 수많은 군사들을 호령하는 장수의 모습에서는 카리스마가, 성 안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에서는 인간적이고 합리적이며 가족애가 느껴지기도 한다. 구성원들을 존중해 주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관심을 가져주는 세심함이 있는 반면, 궂은일은 미루지 않고 솔선수범하여 나서는 모습도 가지고 있다.

 신궁이라 칭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활 솜씨(전문성)를 지니고 있기도 하며, 구성원들에게 그저 '적군과 싸워서 이기자!'라고 하기보다는 '안시성에 살고 있는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라며, 전투에 나서는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시키는 능력도 탁월하다. 권력과 위계를 이용하여 조직을 이끌어나가기 보다는, 부하들에게 감성적인 면은 보듬고 챙겨주면서 자발적으로 부하들이 충성하게끔 만든다.

 특히 그는 5천의 군대로 20만 적군을 상대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에서도, "이건 말도 안돼! 미친짓이야!"라고 외치는 구성원들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의 소중한 것을 빼앗으려고 할 땐, 싸워야 한다! 우리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싸우자!"며,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만, 그렇다고 왜 포기하면 안 되는지를 구성원들에게 상기시킨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를 만드는 법이 아니라 바다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심어주라"는 어린왕자의 작가 생떽쥐베리의 말이 있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먼저 동기를 부여하고, 그 동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뛰게 만들라는 의미로, 양만춘이 전쟁에 임하기 전 부하들에게 한 말도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전쟁을 막아내고 찾아올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강력한 믿음과 동경이 있는 한 사람의 리더가 부하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5천의 군대로 20만의 적을 무찌르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실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를 둘러싼 복잡한 경쟁 환경과 빠른 변화로 인한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증가하고 리더가 내리는 대다수의 의사결정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을 가를 만큼 그 무게가 무거워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리더와 구성원들의 신뢰는 더욱 돈독해 져야 하고, 리더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구성원들을 동기부여 해야 한다. 전문성도 갖춰야 하며, 낮은 자세로 구성원들을 보듬을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 안시성 전투가 끝나고 1천400여 년이 지난 지금, 영화 안시성의 흥행의 이유는 그 어느 때 보다 양만춘과 같은 리더가 다시 나타나길 기다리는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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