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그 찬란한 빛의 향연 속에서

2012.05.30 13:50:16

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시골에 근무하는 내게 출퇴근 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자연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너스임에 틀림없다. 매일 매일 신록의 빛이 다름을 느낄 수 있고, 피고 지는 꽃들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특권이 무한정 주어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계절 변화를 실감하지 못했다. 그 때도 지금처럼 오월의 아름다움은 여전했을 텐데 말이다. 예전엔 왜 그 아름다움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저 자연의 섭리대로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이 온다고 막연하게 느꼈을 뿐이다. 이토록 눈부신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내게는 무한정 있다고 생각하며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갖지 못했던 것이다.

오월의 아름다움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것에 비교할 수 없는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피고 지는 꽃과 잎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이로움은 무어라 표현 할 조차 없다. 그런 자연 앞에 서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말이다.

또 자연 앞에 서면 인간이 한 없이 왜소해지고 나약한 존재임이 확인된다. 미약한 인간들은 그 작은 두뇌로 온갖 지혜를 짜 모아도 자연을 이길 재간이 없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우지 못해서 스스로 파 놓은 인간의 꾀에 넘어가 곤란을 겪기도 한다. 자연은 누구의 편을 드는 경우 없이 그냥 자연의 일을 할 뿐인데 말이다.

일에 쫓겨 바쁘더라도 잠시 일손을 멈추고 오월의 싱그럽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매년 돌아오는 계절이 다 같아 보여도 한 번 지나고 나면 똑 같은 모습의 계절은 오지 않는다. 다만 비슷해 보일뿐이다. 우리 생애 2012년의 오월을 다시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을 테니까.

현대인들은 대부분 일중독에 걸려 자연 앞에서도 컴퓨터에 묻어 둔 일감을 떠올리며 불안해하고 진득하게 자연을 마주하지 못한다. 자연 속을 거닐고 있어도 생각은 어느 덧 컴퓨터 화면으로 달려간다. 누군가에게서 온 메일도 확인해야 하고 그에 대한 답장을 빨리 보내야 해서 자연을 향하고 있어도 머릿속은 온통 컴퓨터나 스마트폰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 모두는 유한한 삶의 소유자이다. 각자에게 얼마의 시간이 더 남겨져 있는지 모르면서 모두가 시간을 무한정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아까운 시간에 다투고 성내고 미워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는 한 십년이나 이십년, 누구에게는 그 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 주어졌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일에 지쳐 무기력해질 때 나는 가끔씩 사무실 건너편 화원에 들러 꽃들의 잔치에 눈길을 주곤 한다. 오늘은 화원에서 보기도 아까울 만큼 향기롭고 앙증맞은 난 꽃을 골라왔다. 비록 인간의 손길로 다듬어진 것이지만 싹을 틔우고 꽃대를 올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하다가 꽃송이에 눈길이 머물면 '어쩌면 이리도 아름다울까.'하고 감탄사 보낸다. 꽃도 화답하듯 그 고고하고 예쁜 자태로 흐트러짐 없이 나를 마주한다. 꽃을 닮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소녀 같은 생각을 하며, 남은 내 삶에도 아름다운 자국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이 세상에 그저 주어지는 것은 없지만 말이다.

꽃이나 식물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찬란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나목으로 혹은 긴 기다림으로 혹한의 시련을 견뎌냈기 때문인 것이다. 식물은 어떠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향기를 피워 냄을 닮으려고 노력해야겠지.

오월, 그 찬란한 색채의 향연 속에서 나는 어떤 빛을 내며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모든 식물이 다 같은 색이나 같은 모양으로 꽃을 피우지는 않듯이 우리도 각자의 개성대로, 각자의 능력에 맞게 욕심 조금 내려놓고 살면 되지 않을까· 때로는 수수하게 때로는 화사하게 자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빛을 내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꿈을 펼칠 수 있다면 더욱 값진 일이 되겠지. 꿈꾸는 것도 그 꿈을 이루는 것도 그 누가 대신해 주지 못하는 자신만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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