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 '못 한다 vs 안 한다'

2018.05.31 18:21:17

청년 일자리 상황이 개선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일자리 정부'임을 천명하고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용·산업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추경안 3조 8317억 원을 의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고용률은 57.1%로(2017년 12월 기준), 지난 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0.8%p 하락했다. 정부의 모든 부처들이 전면적인 청년 일자리 대책에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부족한 재원을 보충해 주는 방식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이 임금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기업 간 구조적 문제로부터 야기 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예산을 투입하여 직접적으로 지원금을 보조 해 주는 형식의 대책들이 청년들을 위한 정책 사업들로 채워지고 있다.

청년들이 생각하기에 중소기업은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근무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이왕 구직활동을 할 바에는 첫 직장부터 안정적인 기업에 취업하길 기대한다.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은 대기업에 기대어 사업은 운영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원하는 단가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생산비를 줄여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 만큼 충분한 임금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대기업만을 찾는 청년만의 문제도, 낮은 임금을 제시하는 기업인들만의 문제도 아닌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사회적 문제이다. 취업을 못하는 청년들에게 어른들은 왜 취업을 못하냐고 나무라지만, 안정적인 직장의 문은 좁기만 하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덜컥 아무 곳에나 취업하자니, 지금까지 취업하기 위해 준비했던 여러 노력들이 부질없어 보인다. 청년들은 그들이 가고 싶은 안정적인 대기업에는 취업을 '못 하는' 상황이며, 비교적 불안정한 소규모 기업에는 취업을 '안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추경 예산안 중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소득을 증대시켜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안 된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사업' 예산이 240억 원 삭감 되었으며, 대학이 이공계 졸업생을 일정기간 채용해 산학협력 연구사업에 참여시키거나, 정부출연기관이 이들 인력을 교육시켜 중소기업에 취업을 유도하는 사업인 '연구개발성과 기업이전 촉진사업' 예산도 1017억 원에서 542억 원으로 삭감 되었다. 이렇게 삭감 된 예산들의 대부분이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적은 SOC관련 예산으로 추가 배정된 사실은 참으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청년들이 취업을 '못 하는' 이유와 '안 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청년들이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안정성과 높은 임금, 깔끔한 근로환경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역시 직원들에게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비교적 괜찮은 임금을 지급하고, 깔끔한 근로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구조적 문제부터 들여다 봐야한다. 중소기업의 경영자들 역시 좋은 근로환경에서 훌륭한 인재들에게 부족함 없는 임금을 지급하며 회사를 운영하길 원한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중견 및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야 할 것이며, 중소기업의 혁신과 생산성이 뒷받침 된, 대등한 대·중소기업 간 관계가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재정 여력이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이다. 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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