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교단을 떠난다는 의미는

2012.09.05 16:00:29

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이제 2학기가 시작 되었다. 많은 교사가 교단을 떠나고 남겨진 교사는 동료들이 떠난 허전한 자리를 메우며 교단을 지킨다. 교사가 좋은 모습으로 교단을 떠나는 것은 정년을 맞아 영예롭게 떠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중도에 명예퇴직이라는 명목으로 교단을 등지는 경우는 안타까운 일이다. 전국적으로 올해 명퇴자는 오천 명에 육박하는 숫자다. 충북은 8월 말 교단을 떠난 교사의 수가 이백 명이 넘어 지난해보다 60% 증가했다.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정든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이제 더 이상 교단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가 많다. 교사로서 자존감과 긍지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더 이상 학생들을 신명나게 지도 할 수 있는 힘이 없어진 때문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교권이 붕괴되는 것에 더 이상 견디고 버틸 힘이 없어진 것이다. 평양 감사 자리도 하기 싫으면 못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떤 일을 좋아서 하게 되면 열정을 가지고 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면 억만금을 준다 해도 마다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해마다 명퇴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명퇴자가 비워준 자리로 신규교사가 들어오니까 별 문제 없을 것이란 생각이 무서운 생각이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교단에 섰던 교사들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다가 같은 생각으로 교단을 떠나는 것이 진짜 문제인 것이다. 모든 것에는 조화가 필요하다. 원로교사와 신규교사가 조화를 이루어 교단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이끌어주고 지도해줄 선배교사들이 떠나고 있음이 걱정이다.

며칠 전 '아들이 선생님 폭행하면 엄마도 함께 교육받는다.'는 신문 제목을 보면서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에 참 많이 찹찹했다. 학생 인권이나 교사 인권 중 어느 것이 덜 중요하거나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다. 학생 인권을 높이자는 목소리는 커지는 반면 교권은 추락하고 있음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교권 추락은 결국 부메랑 되어 학생들의 학습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다. 교권 추락과 교사 멸시 풍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누구 한 두 사람의 힘으로 회복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교직사회는 존중과 배려 사랑이 존재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지금 함께 교단에 섰던 동료들이 더 이상 교단을 지키지 못하겠다며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참 씁쓸한 기분이 든다. 덩달아 힘이 빠진다. 어쩌다 모임에 나가면 남아있는 교사들도 떠날 준비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본다.

옛말에 '선생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가르치느라 하도 속을 썩여서 유독 쓰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요즘은 가르치는 일이 더 힘들어졌다. 학생들도 모두 개성이 더 강해졌고, 학부모들의 요구도 다양해졌으며, 교단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그리 곱지가 않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언제부터인지 학부모와 교사의 대립, 학생과 교사의 힘겨루기가 만연하다. 교사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절대 지지 않으려 함이 안타까운 노릇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져주는 것이 바로 이기는 것이란 말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이기고자 애쓰기 보다는 지켜보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져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아량이다. 내 아이가 올바른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큰 목소리를 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교사가 교단을 떠나는 것은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은 어려운 결단 없이는 정말로 결정하기 힘든 일이다. 언젠가는 교단을 향하는 사회의 시선이 따뜻하게 바뀌어 가르치는 일에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학부모가 교사를 믿고 응원해 주는 그런 행복한 날이 하루빨리 오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오늘은 옥천예술문화회관에 '오 마이 캡틴' 뮤지컬이 준비되어있다. 학생들과 학부모, 선생님이 함께 관람하면서 따뜻한 눈빛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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