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차고 스마트폰을 즐기는 녀석

2012.04.18 18:28:03

이혜진

옥천교육지원청 교육과장

친정 부모님 생신을 기하여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 모였다. 두 분 생신이 이틀 차이라서 생신 돌아오는 주 휴일에 미리 약속하여 모이곤 한다. 팔남매 낳아 키우시고 시집 장가보냈으니 늘어난 가족이 엄청 나다. 막내 여동생 내외는 아직 기저귀 차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첫째 딸인 나는 사위까지 대동하고 행사에 참석 했다.

도저히 집에서 그 많은 가족이 식사를 하기 힘들어 식당에 가장 큰 방을 예약하여 생신 행사를 치뤘다. 그러나 식사 끝났다고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멀리 목포에서 광주에서 서울에서 모였으니 어디선가 뭉쳐서 못 다한 이야기로 밤을 새우고 여흥을 즐겨야 한다.

부모님 사는 아파트에 모였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이방 저방 차지하고 난리법석이다. 어린 조카들은 TV 앞에서 좋아하는 만화 프로그램에 몰두하고, 제법 청소년의 티가 나는 조카들은 무슨 얘기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깔 웃음소리 그치지 않고, 어른들은 또 한 상 차려서 기분 좋은 술잔이 오고간다.

갑자기 막내여동생의 아이가 골이 나서 울고불고 야단치는 바람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한다. 무슨 일로 전쟁터를 방불할 만한 울음이 터졌나 보니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뽀로로 동영상이 누군가의 훼방으로 지워져서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다. 다시 동영상다운 받는데 걸리는 시간만큼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고, 두발 동동 구르며 코에 풍선이 생기도록 울고불고 야단이다. 엄마가 업어줘도 안되고 사탕으로 달래도 소용이 없다. 아무리 달래도 안 듣던 아이는 게임 동영상이 스마트폰에 나타나고서야 울음을 그친다.

아무리 맛있는 과자를 준다 해도 스마트폰 게임기는 당할 수 없다. 아직 두 돌이 안 되어 두툼한 기저귀 차고 오리궁뎅이로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녀석이 스마트폰을 즐기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할 말을 잃은 어른들은 아이의 어이없는 행동에 놀라 말문을 닫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울고불고 야단이던 아이는 콧물과 눈물로 범벅이 된 채로 검지손가락으로 화면을 옆으로 삭삭 밀며 능수능란하게 게임을 즐긴다. 모두 쳐다보고 박장대소한다. 똥오줌 못 가려 기저귀도 빼지 못하는 녀석의 행동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게임 중독이 초중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유아기의 문제로 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막내 여동생에게 큰일이라고 얘기했더니 아이를 달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게임하다보면 머리도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요즘은 젊은 엄마들의 사고가 더 큰 문제다. 나중에 차차 좋아지겠지 하고서 우선 쉽게 어려움부터 피하고 보자는 식의 육아방법이 정말로 걱정이 되었다.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하고 눈 뜨면 징징거리면서 게임기부터 찾는다고 했다.

직장에 매달려야 하는 아이 엄마의 고충이 이해가 되지만, 우리가 무얼 위해 직장에 다니며 고생하는지 한 번 쯤 생각해볼 일이다. 우선 힘들다고 힘든 시기를 모면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아무 장난감이나 놀잇감을 주는 일은 위험한 일임을 눈치 채야 할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을 빌리지 않더라도 유아기 때의 인격 형성이 어른이 되어서도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우리는 교육학에서나 실생활을 통해서 일찍이 다 배웠다. 모든 지식이나 훌륭한 이론은 시험을 치르기 위해 외워야 하는 지식이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되는 지식이라야 하는 것이다.

외할아버지 팔순 잔치 날 두 살배기 기저귀차는 녀석의 게임 실력은 잔치에 모인 모두를 한방에 KO 시키고 말았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스마트폰 놀잇감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더 크면 그 땐 무얼 가지고 놀까· 혼자서 노는데 익숙해져버린 아이들은 사회성을 언제 누구에게서 배우고 익혀야 할까? 참 많이 걱정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얼른 해답을 찾을 수 없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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