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은 처음부터 부장님이었을까

2017.08.20 15:18:05

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얼마 전 직장인들 뿐 만 아니라 여러 계층들로부터 크게 화제가 된 드라마 '미생'을 보면, 상사로부터 쉴 세 없이 꾸중과 잔소리를 듣고 있는 힘 없는 어린양(·)인 비정규직 신입 직원이 자주 등장한다. 숨 막히는 직장생활에 찌들어가는 신입직원 자신을,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가리키는 '미생'이란 단어로 표현하는 이들은 오직 정규직이 되는, 즉 '완생'이 되는 날을 꿈꾸며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버텨나간다.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상 과장 된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된 이유는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내용이었기 때문 일 것이다.

우리는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를 나눌 때 흔히 대기업인지 아닌지, 알려진 기업인지, 연봉을 많이 주는지를 가지고 평가한다. 그러나 막상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일이 힘든 회사라도 존경할 만한 상사를 만나면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만,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못된 상사를 만나면 출근하기가 두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직장인의 이직 사유 80%가 회사 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하니, 심각한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도대체 상사들은 아랫사람들을 괴롭히는 걸까· 왜 상사들은 별것도 아닌 일에 버럭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일까· 왜 상사들은 밤 새워 완성한 아랫사람의 성과를 가로채는 걸까·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는 이런 상사들 때문에 오늘도 많은 직장인들은 소주 한잔으로 위로 받으려 술집으로 퇴근한다.

하지만 그 이해할 수 없는 상사들도 신입사원이었던 시절을 거쳐 여러 가지 녹록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몸은 조금 편해질지 모르겠지만, 그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 뿐인가 그 자리를 지켜내야 하는 일과 동시에 더 위로 올라가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는 것이다. 힘든 신입시절을 거쳐 약간의 여유와 권한을 얻긴 했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과 압박은 신입사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무겁다. 아직 올라갈 길이 멀기만 한데,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정생활도 소홀해 지고, 연이은 회식과 접대로 건강검진 결과에는 여기저기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코멘트가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 많은 상사들은 예전 군대식 문화에 익숙해져 있어 세련된 언어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데 불편함을 느낀다.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쌓여가도 이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부하 직원들끼리 의견이 충돌하면 두 직원 모두 다치지 않게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도 배울 기회가 없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조용히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는 것, 직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퇴근 후 단합대회를 가지는 것이 상사들의 상사로부터 배운 직장 문화인 것이다. 그러다 누군가는 더 이상 말릴 수 없이 폭발해버리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홀연히 직장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들의 상사들은 그들이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교육은 받았지만 직장 안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모른 채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상사들이 아랫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그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 나름대로 시대가 원하는 방식에 맞추어 치열하게 살아낸 아픈 흔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사들의 꼰대질을 안타까워만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밑에서 근무하는 많은 직원들이 상사를 미워하고 있는 사이에 은연중 그들의 행동을 따라 하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부모의 행동을 따라하듯이 직장인들도 그들의 상사를 보고 모방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토록 싫어했던 상사의 행동을 어느 순간 내가 따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싫어하는 상사의 행동을 메모해 두자. 그리고 항상 나는 그런 행동을 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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