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퇴근'이 되지 않도록

2018.06.28 16:36:47

이혜진

충북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 책임연구원·경영학박사

최근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라는 정부의 제도 때문에 여러 계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OECD 최장 수준인 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고 모든 근로자들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는 그간 권고에 그쳤던 과거에 비해 훨씬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시행한 네덜란드의 경우를 살펴보면, 1980년대 초 평균 청년 실업률이 13%에 이를 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던 시기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네덜란드 전역을 아우르는 노사 대협약을 추진했다.

이 협약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첫째는 노조가 기업에게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를 줄이고, 둘째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주 40시간이었던 근무시간을 정부에서는 36시간으로 줄였으며, 시간제로 근무를 하더라도 종일 근무하는 근로자와 업무가 같다면 급여와 연차 등의 혜택을 똑같이 받도록 했다.

물론 도입 초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수년에 걸친 제도의 보완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 시간제 노동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나 선입견을 줄일 수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남과 동시에 청년과 여성들의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용률이 5% 이상 상승했고, 경제성장률 역시 유럽연합 평균인 2.1%보다 높은 3.1%를 웃돌게 되었다. 사실 네덜란드의 경우는 성공적인 사례이긴 하나, 이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과 희생과 합의가 필요했다.

제도시행을 앞둔 지금,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점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슈들이 실시간으로 생겨나고 있다.

제도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적절한 노동시간에 대한 필요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기업의 생산성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은 찬성하지만 임금이 줄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기업에서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도 줄어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런 갑론을박은 10여 년 전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했던 때와 비슷한 우려이다. 그 당시에도 근로자와 기업 모두 제도의 도입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제도 시행 부분에서는 많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나간 지금, 주 5일제는 너무나 보편적인 제도이며, 근로자들도 기업도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소기업의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걱정은 점점 무색해 졌고, 근로자의 임금도 생각만큼 줄어들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다. 다양한 계층의 사회 구성원들이 겪을 수 있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론과 압박만으로 정책 실행을 관철시킬 수도 없다.

다만 여러 걱정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5일제가 보편적이고 당연하듯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이번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도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제도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증폭시키기 보단 제도가 좀 더 잘 정착할 수 있는 대안 제시에 집중해야 한다.

초과 근로에 대한 규제의 방법과 수단들을 생각해 보아야 하며, 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한 보상도 생각해 보아야한다. 또 현실적으로 도입이 힘든 기업들의 고민은 어떻게 수용할지, 제도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촘촘히 살펴보고, 변화에 대해 열린 마음과 시각을 가져야 한다.

자칫 '무늬만 단축근로'가 되지 않도록, 누군가에겐 감당에 가능한 변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적인 변화가 돼서는 안 된다. 이 변화로 인해 일을 하는 모든 국민들이 워라밸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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