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서거로 본 금융실명거래법

2015.11.25 16:52:27

강대식

법학박사/충북정론회 부회장

금융실명거래제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1982년 대형금융사고인 '장영자 이철희 부부의 어음사기사건'이 발생하면서이다.

당시 장씨 부부는 차명금융거래를 통하여 천문학적인 사기사건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에 당황한 정치권은 1992년12월31일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 법률의 제정 목적은 '금융자산의 실명거래제를 실시함으로써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기하고 합리적인 과세기반을 정착시키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률은 당시 사회적 구조나 정치권의 분위기가 금융실명제를 시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핵심 내용이 유보되어 표류 중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8월12일 전격적으로 대통령 긴급명령 제16호를 발동하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의시행을위한대통령령'을 공포하였다.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거래제를 구상하여 발표하기 까지 청와대 참모 중에서도 비서실장에게만 알렸고 장관들도 모르게 진행할 정도로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 진행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금융실명거래법이 발효될 경우 그 동안 차명계좌를 관리해 왔던 재벌이나 자산가들은 물론 사금융과 지하경제의 음성적 거래를 통하여 부를 축척한 자본가의 반발이 강하여 자칫 준비 단계에서 포기를 하게 되거나 법망을 피하여 또 다른 불씨를 만들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라고 보여 진다.

1993년 8월부터 10월까지 의무기간을 거쳐 97.4%가 실명전환이 되었으며, 생각만큼 큰 문제가 발생되지는 않았다. 이는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은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실명거래법이 시행된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음성적으로 재벌총수나 기업인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전직 대통령 일가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관리 문제 등이 불거졌고,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개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결국 조세포탈, 비자금 조성, 자금 은닉 등의 불법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차명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차명계좌 사용을 금지하는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이 2014년 5월28일 국회를 통과하여 6개월 후부터 시행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개정 이전의 금융실명거래법은 실소유자 개념을 인정하여 서로 동의만 하면 얼마든지 통장 명의인의 도움으로 실소유주가 돈을 관리할 수 있었으나 시행이후 부터는 '계좌 명의자' 재산으로 인정한다.

즉, 실소유자 개념을 없애 실소유자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소송을 통해 권리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타인의 통장을 사용한 것이 불법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면 처벌대상이 되는 것이다. 처벌도 강화되어 법 제6조는 실소유자 및 명의자는 물론 이와 관련된 금융기관 종사자 모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였다.

단 처벌대상에서 범죄 목적이 아닌 친족 간 거래 및 동창회 등 '선의의 차명계좌'는 허용하되, 친족 간에 절세(折稅)를 목적으로 한 차명거래는 처벌하도록 하였다.

누구도 선 듯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을 때 과감하게 앞장서서 단호한 의지로 금융거래에 있어서 실명제를 도입한 故 김영삼 대통령은 어쩌면 이 땅에 민주주의를 세우는데 가장 많은 공을 세운 혁명가이기도 하지만 우리 경제가 올바로 돌아가도록 기틀을 마련한 진정한 지도자이기도 하다.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冥福)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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