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5억 선고한 판사의 큰손

2014.03.26 13:59:18

강대식

법학박사·충북정론회 부회장

요즘 하루 일당 5억 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벌금 254억 원을 체납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최근 입국한 허재호 전 대주그룹회장이 벌금을 납부하는 대신 노역장에서 노역하는 것으로 벌금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전해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허 회장에 대한 관심이 국민들 사이에서 뜨거워진 이유는 단지 기업총수였던 사람이 벌금 대신 노역장을 택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가 1일 노역장에서 일을 하는 대가로 면죄부를 받는 벌금 액수가 5억 원이라는 점에 있다. 이 금액은 손길승 SK 명예회장 1억 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1억1천만 원, 시도상선 권혁 회장 3억 원보다도 휠씬 높은 국내에서 최고 금액을 갱신한 기록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1일 노역을 하면서 면제받는 벌금이 5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해 보았을 때는 무려 1만배의 차이를 보이는 금액이다.

우리 형법은 범죄자에 대하여 형을 선고할 때 징역형과 벌금, 과료, 추징금을 별도로 부과할 수 있다. 벌금이나 과료 그리고 추징금은 같은 금전적 징수를 목적으로 하지만 추징금에 대해서는 노역장에 유치할 수 없다는 점이 벌금이나 과료와 차이가 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에 대한 추징금이 그러한 예이다. 그러나 벌금이나 과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교도소에 수감하고 강제노역을 시킬 수 있다.

허 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1심 당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 원에 벌금 미납시 1일 2억 5천만 원으로 환산하여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판결하였다. 이후 광주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 원에 벌금 미납시 1일 5억 원으로 환산하여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1심 판결을 변경하였다. 위 판결이 선고 된 후 다음날 허 회장은 해외로 도피하였고 대법원에서 고등법원의 판결이 최종 확정되었다.

의구심이 드는 대목은 허 회장이 탈세 및 회사 공금을 횡령하여 기소가 되고 그 혐의가 인정되어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기간을 줄여주고, 벌금도 대폭 감액하는 동시에 1일 노역장 유치로 면제되는 벌금에 대해서 까지 1일 2억5천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려주었다는 것은 아무리 판결은 법관의 양심과 자유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다하여도 국민적 정서와는 거리가 먼 판결로 보여 진다.

우리 형법 제69조 제1항은 "벌금과 과료는 판결확정일로부터 30일내에 납입하여야 한다. 단, 벌금을 선고할 때에는 동시에 그 금액을 완납할 때까지 노역장에 유치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는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년 이하, 과료를 납입하지 아니한 자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여 작업에 복무하게 한다."고 규정하였다. 즉 벌금에 대한 노역은 3년 이하의 기간을 정하여 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에 대한 노역장 유치시 1일 5만원을 선고하는 것이 관례라면 허 회장과 같이 벌금 액수가 254억 원에 달하는 중 범죄자에 대해서는 최장 3년을 기준으로 1일 2천319만6천347원을 면제해 주는 것으로 판결하는 것이 국민적 정서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그 금액은 일반 국민들의 1일 5만원보다 464배나 높은 금액임을 감안하면 마땅히 그렇게 판단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판사에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조정이 가능한 1일 노역장 유치로 면제해 주는 금액에 대하여 이 기회에 명확하게 제한을 두는 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에 대하여 1일 5만원으로 환산한다면 5천475만원이 넘는 벌금에 대해서는 3년을 기준으로 1일 면제해 주는 금액을 나누어서 판결하도록 하거나 1일을 5만원을 기준으로 그 금액만큼 강제노역을 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회에 노역장 유치기간 3년의 상한선을 없애고 1일 면제해 주는 금액도 누구에게나 똑 같도록 법에 명시하여 법관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되지 못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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