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10일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입은 영동의 일부 농가가 이번엔 복구지원을 제때 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영동군 양산면 봉곡리에서 벼농사를 하다가 돈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올해 처음 깻잎농사를 시작한 여형구(55)씨는 집중호우로 지난 11일 깻잎 밭 시설하우스 3동(1천980㎡) 모두 물에 잡기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4월 파종한 후 한차례 따낸 다음 초복을 앞두고 수확해야 할 깻잎이 누런 황토 물에 잠기며 상품으로써 가치를 몽땅 잃었다.
비록 물이 빠져나갔지만 앙금으로 뒤 덮힌 깻잎을 쳐다보면 그동안 여씨 부부가 구슬땀을 흘려가며 애지중지 키운 자식 같은 깻잎 모두를 폐기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한숨만 토해냈다.
그러나 여씨는 침수피해 후에도 깻잎을 따서 폐기처분할 복구인력을 구할 수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침수 후 앙금 묻은 깻잎을 하우스의 스프링클러를 가동해 대강 씻어 냈지만 남아 있는 진흙을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새순만 남겨두고 모두 따내야 하는 깻잎 따는 작업은 일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여씨 부부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다.
여씨는 "면에서 복구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농협 등에 수소문한 결과 농협충북본와 군지부, 학산농협 등 직원들이 비상소집 돼 침수 5일 만인 15일 겨우 급한 불은 껐다"며 "그러나 새순이 나 올 때까지 몇 차례 잎을 따줘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가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치단체나 봉사단체에서의 긴급수해복구지원 일손 돕기 창구운영이 더욱 아쉽다"고 덧붙였다.
영동 / 손근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