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소비의 선진성 가늠하는 지표 나오려나

2024.04.04 15:16:36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19세기 "당신이 먹는 것을 보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브리야사바랭의 일갈은 '인간의 본성을 꿰뚫은 세기의 지혜'였다. 무엇을 먹는지가 존재자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명제는 진위를 가리는데 논란이 일 소지가 크게 없어 보인다. 굳이 과학적인 근거나 설득을 위한 논리를 세울 필요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인류가 몸으로 겪으며 체감하는 까닭이다.

커피도 마찬가지이다. 1990년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더 이상 다방에 갇혀 있지 않고 컵을 들고 거리를 누비기 시작하면서 '커피는 구체적 개인을 상징하는 아이콘(Icon)'이 되었다. 손에 쥐고 있는 커피의 브랜드가 당신을 정의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21세기들어 커피가 세계인의 음료로 급성장하면서, 커피는 이제 국가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도구로 나설 태세이다. 국민들이 어떤 커피를 주로 즐기는지를 안다면 그 국가가 어디인지를 말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럴까?

'Coffeeness'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인 미국의 아르네 프레우스(Arne Preuss)가 지난 1년 동안 구글을 사용하는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커피와 관련해 어떤 검색어를 사용했는지 조사했다. 그가 21종의 커피 메뉴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결과, 국가마다 선호하는 커피들이 어떻게 다른 지 윤곽을 드러냈다.

구글에서 특정 메뉴를 검색했다고 해서 그 나라 사람들이 그 커피를 좋아한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특정 국가에서 어떤 커피를 궁금해하고 호감을 갖고 있는지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커피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결과에 대해 찬반논쟁이 벌어지고도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종류의 커피가 세계인 입맛을 휩쓸지 못하고 다양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점에 대해서 환영하는 모습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피 음료는 '카푸치노'로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케냐를 포함한 24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에스프레소'로 미국, 독일, 그리스, 아이슬란드, 파키스탄, 이집트 등 14개국에서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프레소 탄생국인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메뉴는 한국, 아르헨티나 등 10개국과 같은 '아메리카노'(4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3위는 '블랙커피'로 콜롬비아, 불가리아, 포르투갈, 이스라엘, UAE,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12개국에서 가장 선호되는 커피검색어인 것으로 드러났다. 5위는 커피에 초콜릿을 추가하는 '모카(Mocha)'였다. 일본, 홍콩, 뉴질랜드에서 가장 많은 검색 횟수가 나왔다. 이어 카페라테, 아이리시커피, 플랫화이트, 마키아토, 아이스커피가 공동으로 6위에 올랐다.

21종의 유형 가운데 코르타도(Cortado), 프라푸치노(frappuccino), 터키시 커피(Turkish coffee)가 가장 검색 횟수가 적었으며, 각각 3개 미만의 나라에서 인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블랙커피와 아메리카노, 카페라테와 카푸치노, 프라프치노와 아이스커피 등의 개념이 서로 중첩되는 등 분석 결과가 배타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국가별 선호 커피를 검색어를 통해 분석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에 유익한 커피 음료 유형을 어느 나라에서 더 많이 찾고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커피 문화의 수준도 가늠할 수 있다. 커피 소비의 선진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곧 나올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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