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과 협력이 답이다

2021.10.18 16:56:16

임영택

충청북도교육문화원 문화기획과장

교직에 첫 발을 디뎠던 그때 그 시절에는 각종 문서를 직접 손으로 써서 작성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반 학교 현장에 처음으로 컴퓨터가 도입되었는데,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컴퓨터 원리와 워드 프로세서 등을 미리 배웠던 나는 공문서를 작성할 때 컴퓨터를 활용하곤 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 문서를 작성할 때면 많은 선생님들이 내 주변에 둘러서서 그 장면을 보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신기함으로 바라보던 분들이 어느 날인가부터 작성해야 할 문서를 슬그머니 내 책상 위에 가져다 놓는 일이 점점 늘어났다. 결국 공문서 작성은 온전히 내 업무가 되어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퇴근 후에도 참 많은 날 교무실에 불을 환히 밝히고 야근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날이면 선생님들은 간식거리를 챙겨주었고 내 업무를 대신 가져다가 처리해 주기도 했다. 그로부터 30년도 더 지난 오늘 이 기억을 되살리는 건 눈에 비친 요즘 세상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다.

디지털화되고 개별화된 요즘 어느 직장이든 이런 푸근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업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굳이 따지자면 네 일 내 일 구분하기가 다반사며, 내 업무가 아니면 조언과 충고는 고사하고 책임을 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사실 하나의 기관은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간다. 그 안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힘을 모아 함께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쯤 되면 제도와 문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 옳게 수행하지 못하거나 바른 사고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결국 제도나 체계보다는 담당자 개인의 성향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 직장이든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고 고유한 빛깔과 향기가 있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직의 문화와 빛깔은 구성하는 사람에 의해서 좌우된다. 집단지성을 바탕으로 서로 보듬으며 협업하고 협력하면 아름답고 선명한 빛깔로 빛나겠지만, 네 일 내 일 가르고 배타적이라면 탁한 빛깔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래서야 어디 일할 맛이 나겠는가? '무엇을 먹고, 어느 곳을 가는가?' 보다 더 소중한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는가?' 다. 함께하는 이들과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서로 협력하고 협업하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하고 껄끄러운 관계라면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불편하고 괴로울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주변을 돌아보라. 나는, 그리고 동료들은 어떤 모습으로 근무하고 있는지 살피라. 그리고 동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조금이라도 관계가 불편한 동료의 얼굴이 보이거든 바로 용기를 내어라. 망설이지 말고 당당하게 다가가 진심 어린 대화를 시도하라. 그래야 한다. 그리고 따뜻한 차 한 잔 함께 나눈다면 더욱 좋겠다. 무겁지 않은 수다를 떨어가며 서로 마음의 거리를 가까이하기 위해 노력하라. 동료와 형식적인 관계보다는 서로의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친밀한 관계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그런 직장이라면 날마다 가고 싶지 않겠는가 말이다.

학교 현장에 근무하면서 절실한 마음으로 '오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학교, 신명나는 배움과 가르침이 있는 학교'를 꿈꾸었었다. 어느 직장 어느 조직에 있든지, 그곳이 진정 오고 싶은 직장, 머물고 싶은 사무실,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라면 참으로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동료와의 협업과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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