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익숙하던 말도 어느 순간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럴 때면 그 낯섦이 무척 당황스럽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아이들은 꽤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선생님들은 날마다 전화로 아이들의 일과를 챙기는 것이 일이었다. 혹시나 놀고만 있지 않을까? 하여 학습꾸러미를 챙겨 집마다 방문하면서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지내면서도 아이들의 생활 습관을 잡아가고 있을 즈음 들려 온 '6학급 이하 작은 학교 전교생 등교 가능'이라는 소식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드디어 5월 27일 전교생 등교가 이루어졌다. 마스크를 하고 있어서 얼굴을 온전히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들의 눈망울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이다. 분주하게 학교생활을 챙기고 있을 때 교장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교장 선생님, 이번에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우리 충청북도교육청이 아동친화학교를 추진하려고 하는데, 혹시 고민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장학사의 전화였다. '아동친화학교? 아동친화학교라고?' 순간 왠지 모를 낯섦에 당황스러웠다. 평등, 존엄, 존중, 비차별, 참여의 가치를 바탕으로 학교 운영 전반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가치와 이념을 내재하여, 아동과 학교 구성원의 권리가 존중되고 아동 권리가 실현되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학교가 아동친화학교라는 유니세프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2020년 당시에 전 세계 17개국, 약 6천415개 학교가 아동친화학교 인증에 참여하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활동이었다.
'아이들을 하늘처럼 섬기는 학교'를 구현하는 것이 오랜 꿈이며 철학이었기에 관심이 생겼고, 선생님들과 협의를 거쳐 운영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우리나라 최초로 충북에서 아동친화학교로 인증받은 4개 학교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아동친화학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 경남, 경북, 울산, 제주 등지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인증 심사를 맡고 있다.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일은 일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생활 안에 아동의 권리가 온전히 존중되는 환경과 문화가 구축되어야만 진정한 아동친화학교라고 할 수 있으리라. 아이들 스스로 기획한 교육활동들이 원만하게 운영됨은 물론 아이들이 제안하고 요구하는 내용들이 반영되어 학교 교육활동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소통과 참여가 보장되는 진정한 아동친화학교가 된다.
우리 학교는 교직원 화장실과 아동용 화장실이 따로 없고 다만 '화장실'이 있다. 아이들과 교직원이 구별 없이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 비차별의 가치를 실현한 결과다. 신발장의 맨 위 첫 칸은 꼭 교장의 신발장이 아니다. 평등의 가치를 발현하고자 함이다. 교직원과 아이들이 서로서로 손모아 인사하고 존칭을 쓰며 밝게 웃어준다.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아이들이 학교 활동공간 모든 것에 대하여 주저하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을 제언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제한 없는 참여와 소통을 통해 교육공동체가 함께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학교. 진정으로 아이들의 행복한 성장을 기대할만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