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視界)제로(ZERO)

2019.12.11 16:04:24

최시억

국회 과학기술정보 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엊그제부터 서울 인근엔 사방이 온통 안개로 뒤덮여 100미터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나처럼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안개가 낀 날을 가장 두려워한다. 이런 날씨에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나처럼 가야만 하는 삶의 터전이 있는 직장인들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을 듯하다.

하기야, '너무나 사랑한 당신이기에 그리움을 못 참아 끝없이 달려보는 밤도 깊은 안개 낀 고속도로'라는 흘러간 가요의 노랫말처럼, 간절히 열망하는 그 무엇이라도 있다면 그깟 안개가 뭔 대수이겠냐마는....

'시계(視界)제로(ZERO)', 누가 지어냈는지는 모르지만 언어 감각이 뛰어난 조어(造語) 마술사의 작품이 분명하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을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여하튼 요즘 내 주위의 여러 상황이 말 그대로 '시계제로'라서 그런지 이 말이 더욱 내 마음에 와 닿는다.

요즘, 불법 택시영업 혐의로 기소된 '타다'에 대한 신문지상의 상반된 여러 주장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주장의 핵심은 현행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허가받지 않고 사실상의 택시영업을 했는지, 아니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현행법령상 11인승 이상 렌트카에 허용되어 있는 운전기사 알선 허용규정을 이용한 합법적인 스타트업인지 여부라고 보인다.

사실 나도 몇 차례 '타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데, 생각해 보면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차량을 호출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것은 스마트폰 앱에 가입된 택시를 이용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고, 택시는 1대당 최대 4명이 탈 수 있지만 '타다'는 그 이상의 인원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택시와 비교할 때 요금은 조금 비싼 것처럼 느껴졌지만....

여하튼 내 짧은 소견으로는 '타다'가 현행법령상의 허용된 사업영역을 개척하였기는 하지만 외견상 불법 택시영업으로 오인받을 소지도 충분하다고 본다. 가뜩이나 택시 공급과잉으로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보조금을 주면서 감차사업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타다'가 사실상 대형 택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타다'가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현행 사업방식인 스마트폰 앱을 통한 렌트카와 운전기사 알선의 방식에서 더 나아가 진정한 공유경제 실현을 위한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다'의 1만대 증차계획처럼 '타다' 차량 1만대가 차량 제조사로부터 인수되어 거리로 나온다면 택시 1만대 증차된 것과 사실상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한정된 인적, 물적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기존에 세상에 나와있는 차량들을 여러 사람들이 활용하는 방식 등 앞으로 다가 올 공유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해야만 되는 것 아닐까?

소위 '타다 금지법' 반대서명자가 하루만에 6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물론 '타다'측에서 반대서명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것이 주요한 원인이겠지만, 이용자인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도 택시보다 나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규제를 굳이 찬성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국가에서 추진하는 많은 일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안개가 짙게 낀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사람들처럼 '시계(視界)제로(ZERO)'인 상황이다. '타다'를 둘러싼 갈등 해결책도 그 중에 하나다. 조속히 안개 걷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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