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우선으로

2019.02.27 17:21:32

최시억

국회도서관 의회정보실장

사람의 행복이 GDP보다 우선해야 한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OECD 행복지수'의 탄생 이유이다.

한국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산업화 시대를 거쳐, 우리 국민이 숨가쁘게 달려와 지금은 GDP 세계 12위의 첨단 IT강국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2017년 OECD 행복지수가 조사대상 38개국 중 겨우 29위라니· 더군다나 2014년 25위이었던 순위가 매년 하락하는 추세란다. 사람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사는 것임을 전제한다면, 이제는 경제규모의 확대보다는 삶의 질 개선으로 정책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 아닐까·

물론, 행복지수가 경제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OECD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방법에도 교육 성취도나 여가시간, 사회관계망의 질 등 비경제적 분야의 지표와 함께 금융자산이나 가처분 소득 등의 경제적 측면을 평가하는 지표도 들어가 있다. 즉, 급속한 경제성장에 가려진 소득 불평등이나 사회공동체의 붕괴 등으로 삶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고도 성장기를 이미 지났고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도 성장 위주의 정책에서 삶의 질 개선으로 정책전환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예컨대, 충북의 경우 핵심노동인구(25세~49세)가 2013년에 37.1%이었던 것이 2017년에 34.9%로 줄어든 반면에 2017년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5.8%에 달했고 앞으로 5년 후인 2024년에는 2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핵심노동인구가 줄고 오히려 이들이 부양해야 할 노령인구는 늘고 있어서 확장적 경제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인구구조학적으로 볼 때 예전처럼 높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수도권에는 해당하지 않는 문제일지 몰라도 젊은 층인 핵심노동인구의 감소현상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에서는 새로운 도시나 산업단지를 만들고 그에 필요한 재원을 투입하더라도 그 도시에 맞는 적정 인구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재원 낭비와 사회적 문제만 양산할 뿐이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제한된 행정적, 재정적 역량을 급속한 기술진보, 사회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민의 삶의 질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에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나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신도시에서 출퇴근한다는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승용차를 이용한다. 요즘 차를 몰고 거리에 나가보면 대부분의 택시 뒷 유리창에 '카풀 앱 불법영업 형사처벌'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문구를 붙인 분들이야 불법 카풀로 승객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정작 나는 그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처럼 초미세먼지도 심한 시기에 이렇게 덩치가 큰 자동차를 나 혼자타고 다니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주변을 둘러봐도 두 사람 이상 타고 있는 승용차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데 하나의 차를 여러 사람이 더불어 이용하게 한다는 것이 나쁜 일인가·"

택시운송사업자와 기사님들이 가뜩이나 택시의 공급초과로 수입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수입에 타격을 입힐 것이 분명한 차량공유와 관련된 플랫폼업의 시장잠식에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우버나 다수의 국민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카풀 앱 등을 막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

기술진보와 사회변화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정부가 그 과정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삶의 질 저하를 막아주어야 한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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