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기에는 먼저 변해야 산다

2016.02.01 13:03:52

최시억

국회사무처

1월의 마지막 날 이른 아침, 배낭 하나 둘러메고 산으로 향했다. 내 나름대로 서두른 것인지라 약속시간 이전에 도착했건만 등산로 입구에는 함께 산행하기로 한 동료들이 이미 다들 모여 있었다.

이번 산행은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새해 들어 다짐했던 나 자신과의 약속 중 하나인 '한 달에 두 번이상 등산하기'를 실행하기 위해 동료들을 꾀어서(·) 만든 자리다.

사실, 산행 시작 전에는 동료들 대부분이 겨울산행에 그리 익숙하지도 않았고 날씨도 추울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2시간 남짓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에서는 오히려 땀을 적게 흘리기 위해 입었던 바람막이를 벗어야 했다. 내가 걱정하게 된 것은 일주일 전까지 열흘 남짓 맹위를 떨쳤던 기록적인 한파에 의한 일종의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었을까·

열흘 남짓 몰려와 한반도를 꽁꽁 얼렸던 소위 '북극 한파'가 물러간 지 일주일 정도 지났다. 한파 이후 오늘까지 예년의 겨울과 비슷한 기온이 계속되었다는 기상청의 날씨정보에도, 이미 지난 한파에 단련된 사람들에겐 오히려 따뜻한 봄날처럼 느껴졌으리라.

하기야 금년 입춘(立春)이 2월 4일이니 며칠 남지 않았다. 어린 시절, 이 맘 때에는 매서운 추위가 조금은 누그러진 듯해서 따뜻한 햇볕이 있는 아랫집 담벼락을 찾아서 딱지치기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 아랫집의 커다란 나무대문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복을 비는 글귀가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24절기(節氣)의 첫 번째가 입춘(立春)이고 마지막이 대한(大寒)이다.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가서 얼어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한자의 의미로 보자면 대한(大寒)이 소한(小寒)보다 추워야 할 것이나, 사실은 소한(小寒)이 더 춥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한 말이다.

그런데, 나의 고향마을이 속해 있는 청주시 서원구를 기준으로 보면, 대한(大寒)인 1월 21일 전후 며칠간의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고 소한(小寒)인 1월 5일 전후에는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으니, 금년만 놓고 본다면 이 속담은 사라져야 할 듯하다.

이 번 대한(大寒) 전후의 기록적인 한파는 '북극 한파'라고도 불리었는데, 이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지역으로 밀어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란다.

여하튼 이와같이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의 특징이라 할 수 있었던 삼한사온(三寒四溫) 현상은 점차 사라질 뿐더러 사계절로 통칭되는 우리나라의 날씨도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이런 격변의 시기에는 생물이건 인간의 조직체이건 간에 환경변화에 얼마나 선제적으로 잘 적응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최근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하고 이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와 관련해서 해당 업계와 환경부 간 법정공방이 벌어진다는 기사를 접했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감축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기 싫은 기업체의 속성이 근저에 있을 것이리라.

변하지 않으면 바뀌는 것도 없다.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선도하자. 행동하면서 미래를 만들어 나가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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