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우산(核雨傘)은 여전히 믿을만한가

2016.05.15 14:30:38

최시억

국회사무처

지난 5월6일부터 9일까지 열린 북한의 제7차 노동당대회에 국내외 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시기는 북한이 금년 1월 제4차 핵실험과 그 이후 이어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국제질서에 대한 계속된 도전에 이어 다시 이 행사기간을 전후로 제5차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 때이기도 하다.

북한이 1980년 이후 36년만에 노동당대회를 마련한 것은 김정은의 유일영도체제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체제결속 차원의 고려도 있을 것이나 한편으로는 핵무기 보유와 경제문제도 함께 해결하겠다는 이른바 핵과 경제의 병진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 등 관련 당사국들은 경수로 지원 등 당근과 함께 경제제재 등의 채찍을 가지고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하도록 하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했으나, 현재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을 부인하는 전문가나 관련 당사국은 없을 정도로 북한에 대한 핵포기 유도정책은 이미 실패로 끝나버린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Hans J. Morgenthau)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을 예로 들면서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는 핵을 가진 나라에 대들다 죽거나 항복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 말처럼, 결국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대한 한국의 대책은 핵무기일 수밖에 없다.

한편, 한국은 작년만 하더라도 주한미군 인건비의 약 50%인 8억800만 달러(약 9천158억원)를 부담하고 있는데도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이 주둔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지 않을 경우에 주한미군 철수와 함께 핵우산 제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나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우방국인 나라들의 비중을 경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 국내정치의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여전히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한미동맹의 건실함과 지속성을 굳건히 믿고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미국의 유력 대선주자의 공식적 발언은 그 한 사람만이 아니라 그를 지지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상당수의 의중을 대변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익에 따라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데, 트럼프의 외교·안보 구상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탓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가정할 경우에 본토를 공격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위해 북한에 대한 보복공격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나는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고 더 나아가 세계 비핵화와 평화를 소망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世界大戰) 이후에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원인 중의 하나는 핵무기를 상대방에게 사용할 경우 그 보복으로 자신도 공멸한다는 절대의 공포(恐怖)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의 핵우산(核雨傘)이 튼튼하다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못하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대책을 확보해야만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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