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白雲山) 도마치봉의 포성

2016.02.21 15:17:24

최시억

국회사무처

하얀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다 하여 이름붙인 백운산(白雲山), 산림청이 발행한 '찾아가는 100대 명산'에 포천, 광양, 정선 등 세 곳의 백운산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남한에만 23개의 백운산이 있다고 하니 바람이 구름을 몰고 가다 잠시 쉬었다 갈만큼 아름다운 산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는 뜻이리라.

토요일 이른 아침, 일 주일동안의 기름진 음식과 운동부족으로 걸음걸이마저 무거운 몸을 가벼이 하고자 산을 찾기로 했다. 백운산(白雲山), 오늘 내가 오를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화천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사실 이 산은 그 산봉우리보다는 수도권 인근 주민들이 여름에 가족들과 물놀이를 하기 위해 찾는 백운계곡으로 더 유명한 곳이라 할 수 있다.

흥룡사(興龍寺) 입구의 백운계곡 주차장을 출발하여 흥룡봉, 향적봉, 도마치봉, 삼각봉을 거쳐 백운봉(해발 903m)에 올랐다가 원점회귀하는, 약 10㎞의 산행길이다. 몇 차례의 산행에서 항상 느껴왔듯이, 힘들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산은 없기에, 일말의 두려움이 걸음떼기를 주저하게 한다. 그래도 단전 깊숙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팔자(八字) 대신 11자(字) 걸음걸이에 신경을 쓰면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흥룡봉에서 도마치봉까지는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도마치봉(해발 925m)은 궁예가 왕건에게 패하여 도망칠 때 산길이 너무 험해 말에서 내려 끌고갔다 하여 '도마치'라 부른다는, 사실 이번 산행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이다.

"쿠~웅, 쾅",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대포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 곳이 휴전선에서 그리 멀지 않음과 내가 삼십년 전에 군대생활을 했던 산정호수 인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북한은 금년 1월 제4차 핵실험,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이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로, 미국은 북한의 불법행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금융거래 제한 및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국 배치 추진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비핵화에 대해 표면상으로 찬성하면서도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에 남북한을 둘러싸고 불거지고 있는 사안들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분명한 것은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과,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및 러시아 간 양 진영의 경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변 강대국들 사이의 균형과 우리의 국력 신장, 길은 명확하지만 따라가기가 쉽기만 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우리 국민들이 안보에 역량을 결집해야만 하는 이유다.

오늘 나는 백운산(白雲山) 도마치봉을 즐거운 마음으로 오른다. 그런데 전설처럼 왕건에게 패해 영토를 잃고 도마치봉을 넘어야 하는 궁예라면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과거 군사정부 시절, 안보(安保)라는 단어가 남용되거나 오용된 사례도 있기에 그 트라우마가 아직 우리 국민들 사이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일상생활의 평온과 사소한 행복은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될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