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론자(嫌韓論者)에게 배우기

2019.05.29 17:59:02

최시억

국회도서관 의회정보실장

오늘 새벽, 나의 핸드폰에는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알람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공무원 비상소집이 발령되었으니 1시간 이내로 응소하라'는 것이다. 나의 주거지와 직장 간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평소 아침처럼 움직이다가는 응소시간에 맞추기 어려울 것 같아서 서둘러 옷만 걸치고 직장으로 향한다.

이상은 오늘 나의 일과시작 모습을 간략하게 그려본 것이지만, 아마도 대한민국의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오늘 새벽 모습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사람들 마다 평가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직장 구하기가 어려운 시대에는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로타니 가쓰미'는 2013년 '악한론(惡韓論)', 2014년 '보한론(呆韓論)'을 쓴 대표적인 혐한론자(嫌韓論者)로 잘 알려져 있다. 내가 뜬금없이 이 일본인을 거론한 이유는 일본 제국주의의 먹이가 되었던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본을 좋은 감정으로 대할 수 없는 동시에 현재 일본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나쁜 감정이 만연해 있고 이 일본인처럼 서로에 대한 악감정(惡感情)을 부추기는 세력들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혐한론자(嫌韓論者)가 쓴「한국은 '동아시아의 그리스'가 될 것인가」를 보면, 우리 국민이 나태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고 현 정부를 마르크스주의 정권으로 규정하는 등 사실과 동떨어진 시각으로 우리나라를 분석하면서, 결론적으로 현 정부의 공무원 대폭 증원이나 퍼주기식 복지로 우리나라 재정이 그리스처럼 파탄날 것이라고 (자신의 불순한 희망이 섞인) 예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여러 취업 사이트의 설문조사를 예를 들면서 몸과 두뇌를 혹사시키지 않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일본보다 40배 이상 경쟁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업계'에 진출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하는 점이다.

공직에 몸 담고 있는 나로서는 이와 같은 지적에 이성적으로 반응하기 보다는 불쾌한 감정이 먼저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취업을 하려는 구직자들에게는 이렇게 비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혐한론자(嫌韓論者)의 주장과 같이 한국인이 나태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어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비단 한국인뿐만 아니라 보통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혐한론자(嫌韓論者)의 이야기에도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정부가 고용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때 단기간 내에 일자리 숫자만을 늘리는 것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 지금 청년실업의 가장 큰 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노동수요의 감소와 구직자인 청년들이 기업에서 원하는 만큼의 노동 숙련도(또는 기술)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도 생각한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기술전쟁으로까지 확전되고 있다고 한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는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기업을 배제하고 그 자신만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노동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청년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급속한 기술진보에 따라갈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기업들이 원하는 노동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다. 나에게도 금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자식이 있다.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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