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축'의 과실(果實) 충북으로

2019.04.17 17:59:05

최시억

국회도서관 의회정보실장

‘강호축(江湖軸)’, 아마도 이 단어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충북을 연고로 하는 내 자신도 이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된 것도 최근이었으므로... 어제 충청북도의회를 방문했을 때 도청 앞에 걸린 여러 현수막 중에서 가장 크게 내 눈에 들어온 글귀도 바로 ‘강호축(江湖軸)’이었다.

‘강호축(江湖軸)’은 그간 우리나라 국토개발정책이 ‘경부축(京釜軸)’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왔던 강원, 호남, 충청 등의 지역을 연결해 발전시켜야 한다고 충청북도에서 제안한 국토개발정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강원도의 강(江)도 아니고 전라도를 뜻하는 호남(湖南)도 아닌 충북에서 ‘강호축(江湖軸)’ 주창한 이유는? 언뜻 보면, 경부축의 시점(始點)인 서울, 경기 등 수도권과 종점(終點)인 부산을 잇는 대부분의 교통망이 지리적인 이유로 충북을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경부축 중심의 국토개발정책에서 소외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국가차원에서 육성했던 제대로 된 기간산업(基幹産業)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한 현실을 보면 강호축을 처음으로 주창한 충북도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다른 시․도와 비교해서 도세(道勢)가 약한 충청북도에서는 강원도와 호남을 끌어들임으로써 충북발전의 우군(友軍)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전략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강호축(江湖軸)’을 주창한 충북도의 노력의 결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발전전략 중 주요한 사업 중의 하나인 충북선 고속화 사업이 그간 높은 문턱으로 여겨졌던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는 것으로 결정되어 사업비 확보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평가할 만한 실적으로 보인다.

내 고향마을은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분기(分岐)하는 남이분기점을 끼고 위치해 있다. 속사정을 모르는 외지인들은 경부고속도로에 1970년부터 고속버스가 다녔으므로 우리 고향마을의 교통사정도 그 당시부터 좋았을 것으로 알기 쉽지만, 우리 마을에 시외버스 몇 대라도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근 10년이 지나서였다. 버스정류장이 없는 고속도로는 소음과 수질악화 등 생활환경만 악화시켰을 뿐 마을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편익도 주지 못했다.

앞서는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지만, 충북선 고속화 사업 이후 고속철도가 북으로는 원주, 남으로는 목포까지 다닌다 하여도 충북지역을 아무런 과실(果實)도 떨구지 않고 지나가게만 한다면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충북도청에서 구상하고 있는 ‘강호축(江湖軸)’의 산업육성 구상을 살펴보면 경박단소(輕薄短小)형 산업에 집중하자는 이야기만 보일 뿐 특별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앞으로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인구 변화, 기술 발전 등을 감안해서 도(道) 차원의 세밀한 산업육성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기술 발전을 예를 들면, 지난 해 12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 서비스의 파급효과로 공장간 통합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각 지역간 거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제조업 현장에 적용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그간 불리한 입지(立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충북 외곽지역의 경쟁력도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강호축(江湖軸)’, 내가 보기엔 큰 그림이다. 그림을 그린 것도 평가할 만하지만 아무쪼록 충북에서 그린 ‘강호축(江湖軸)’이라는 큰 그림이 실제 충북도민에게 과실(果實)을 안겨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충북도청의 역량 발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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