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안보(安保), 민주주의(民主主義)

2016.07.17 18:44:19

최시억

국회사무처

지난 금요일 저녁, 전남 나주로 직장따라 이사갔던 친한 친구 녀석이 약 5개월만에 서울에 올라왔기에 오랜만에 몇 사람이 조촐한 저녁모임을 가졌다.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이 친구가 난데없이 하는 말, "조만간 퇴직하면 고향가서 살려고 했는데, 이제 그것도 어려울 것 같아…."

이 친구의 이야기는 객지에서 오랜 직장생활에 지쳐서 퇴직하면 부모님이 물려주신 자갈논이 있는 성주(星州)에 내려가 살 요량이었는데, 마침 고향 인근에 미군의 사드(THAAD)가 배치되서 생활환경도 나빠지고 땅값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퇴직 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사드(THAAD)는 목표물을 향해 떨어지는 단계의 적 탄도미사일을 고도(高度) 40~150㎞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로, 한국 배치여부에 관한 한·미간 논의는 약 2년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정부가 중국의 반발 등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다가 금년 초 북한의 핵과 미사일발사 실험 이후에 합의에 이르게 됐다. 성주에는 미사일 48발이 장착되는 1개 포대(砲隊)가 배치될 것이라고 한다.

친구 걱정도 되고 해서 갖고 있던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마침 국무총리가 사드(THAAD) 배치지역으로 발표된 경북 성주를 방문했다가 몇 시간동안 빠져나오지 못하고 봉변당했다는 소식이 포털사이트 뉴스면을 메우고 있었다. 우리 정부가 안보(安保)를 위해서 사드(THAAD) 배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일각에서는 배치합의 계기가 된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약 3천㎞에 이르고 있으므로 괌이나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가 타겟이기 때문에 무수단을 겨냥한 사드는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사드 요격 미사일이 사정거리 1천㎞ 내외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되는 것 아닐까?

한편, 성주의 사드(THAAD) 포대에서 발사하는 요격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200㎞이기 때문에 약 2천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배치지역 선정의 문제이나 이에 대해 북한의 도발원점에서 가까운 수도권의 방어는 중고도(中高度)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어트가 더 적합하다는 정부의 설명도 납득할 만한 것 아닌가?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탐지거리 3천㎞ 이상에 이르는 사드 레이더(AN/TPY-2)가 중국 동부지역의 항공기 및 미사일을 세세히 감시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보복까지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미군의 전력(戰力)을 제외하고는 북한과의 군사력 균형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자국군대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다는 점을 중국에 납득시키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은 안보(安保)를 위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사드 배치로 얻어지는 안보(安保)라는 공공재(公共財)는 무임승차자(無賃乘車者)라도 배제할 수 없기에 배치지역 주민들의 일방적 희생을 보상해서 형평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지역 선정과정에서 의견수렴과정을 거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이 민주주의(民主主義)의 기본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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