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대(彈琴臺)와 단양팔경(丹陽八景)

2016.04.24 15:42:11

최시억

국회사무처

지난 주, 대학원 수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단체 현장학습, 버스 출발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오른 차안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고등학교 선배님의 말이 떠올랐다. "단양팔경 보러가서 반해갖고 며칠 더 있는 바람에 차비두 떨어져서 충주까지 걸어서 왔다니께."

가는 봄이 아쉬워 주말을 활용해 등산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 오를 산은 단양팔경(丹陽八景) 중의 하나인 옥순봉과 구담봉이다. 옥순봉과 구담봉은 친구들과 가본 적이 있는 곳이지만,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선배님의 말이 떠올라 이번 산행의 목적지로 정했다.

옥순봉과 구담봉은 들머리에서 날머리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산행인지라 가는 길에 충주에 들려서 한 두 곳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충주에 가면 남한강과 달천이 만나는 곳에 탄금대(彈琴臺)가 있다. 신라시대 우륵(于勒)이 가야금을 연주했던 곳이라 탄금대라 이름 붙여졌다고 하는데, 빼어난 풍광을 보노라면 우륵이 터잡은 이유를 공감할 만하다. 그리고 탄금대는 임진왜란 때 신립(申砬)장군이 8,000여 명의 군사와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왜군을 맞아 싸우다가 패하게 되자 강에 몸을 던진 곳이기도 하다.

문경새재라는 전략적 요충지에서 미리 적을 막지 못하고 이 곳 충주에 까지 와서 강을 뒤에 두고 싸우다가 패전해 결국 모든 군사를 잃게 만든 선택이 과연 현명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립장군의 충의심 만큼은 비(碑)에 새겨져 후세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 개발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핵탄두 소형화를 위한 핵실험과 함께 대륙간 탄도미사일 뿐만 아니라 잠수함에서도 핵탄두를 탑재해 발사하는 시험을 하면서 핵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그런데,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의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명은 한국의 안보를 위한 미국의 재정투입을 축소하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 미국의 동북아 지역 내 역할을 축소하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런 입장은 기존의 정책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기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극히 적어보이지만, 우리로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에 0.1%의 가능성에도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립장군이 문경새재에서 왜군을 막을 기회를 놓쳤던 것처럼 이미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기회는 지나간 상황이고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도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러면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던 신립장군의 비장한 심정으로 우리도 핵 보유를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탄금대에서 옥순봉과 구담봉으로 향했다. 비가 갠 후 희고 푸른 여러 개의 죽순이 돋아나듯 봉우리가 솟아있는 옥순봉과 기암절벽 위의 바위가 거북이 닮았다는 구담봉, 이런 빼어난 풍광이 주는 즐거움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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