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금의 절기밥상 - 메밀묵, 메밀전병

2018.01.14 15:00:53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이번에 찾아가는 음식은 사람이 도깨비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화가 담긴 메밀묵이다. 메밀묵은 겨울철에 가장 즐겨 먹던 야참 중 하나로 중년 이상 세대라면 도시, 농촌 출신 가릴 것 없이 메밀묵에 얽힌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메밀묵은 겨울밤 간식이기도 했지만 동화 속 도깨비와 나누어 먹는 음식이기도 했다.

메밀을 갈아 만든 앙금으로 쑨 묵이 메밀묵인데 쑤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러니 묵을 쑤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수주팔봉 가에서 콩 농사를 지어 찾는 이에게 콩으로 만든 음식을 차려내는 조성숙씨와 작은어머님이 오늘 메밀요리를 만들어 줄 주인공이다.

"옛날 방식 그대로 메밀묵을 만들어 볼까요·" 하더니 멧돌질부터 시작한다. 물에 불린 메밀을 수저로 조금씩 떠 넣고 멧돌을 돌리니 하얀색 우유 같은 물이 흘러나왔다. 맷돌을 돌리고 또 돌리고 팔이 아프도록 돌렸다.

메밀

ⓒ이효선
그 다음 과정은 메밀 전분 빼기다. 간 메밀국물을 고운 자루에 붓고 물을 부어가며 손으로 조물조물 주물러서 메밀 속의 전분을 빼 낸다. 메밀과 물의 비율이 1:6, 메밀묵 쑤기에 핵심 포인트이다. 도토묵이나 청포묵보다 적은 양의 물을 섞어야 하는데 "너무 물이 많아도 질어서 실패! 단단해도 실패!"라고 한다.

가마솥에 메밀국물을 붓고 가운데가 끓을 때까지 저어가며 타지 않게 불 조절을 하는 것이 비법이다. 그러니 화력이 좋은 장작불은 묵을 쑤는데 부적당하다. 국물이 끓을 때 주걱으로 흐르는 농도를 봐서 약간 되직하게 쑤어야 한다. "묵이 거의 다 쑤어졌을 때 들기름 두르는 건 맛도 있고 윤기나라고~"하는 것이란다. 할머니의 조수가 되어 멧돌질하고 연기도 마시며 불을 때고 젓기도 하면서 옛날 방식대로 재현한 메밀묵 쑤기를 배웠다.

메밀묵

ⓒ이효선
"추운데 있어서 얼굴이 빨개졌네!" "메밀묵 먹으면 걱정 안 해도 돼요~." 메밀에는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루틴 성분이 들어있어 혈관질환 예방은 물론 겨울철 많이 생기는 안면홍조에도 도움이 된다.

메밀묵이 식는 동안 조정숙님를 따라 메밀전병 만들기에 도전한다. 메밀가루에 물을 섞어 흘러내릴 정도로 묽게 반죽해 미리 준비해 놓고 메밀전병소를 만든다. 만두소처럼 김치 다지고, 고기 볶고, 두부 물기 짜서 으깨어 섞은 다음 갖은 양념을 넣어 주물러 주면 된다. 잘 달구어진 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메밀 반죽을 펴서 얄팍하게 전을 부친 뒤 준비한 소를 가운데에 길게 놓는다. 그리곤 메밀전으로 소를 감싸서 도르르~ 말아주어야 하는데 뜨거운 것을 참는 집중력과 메밀전이 찢어지지 않도록 굴리는 섬세한 손끝 솜씨가 요구된다.

메밀전병

ⓒ이효선
둥글고 길게 말아서 완성한 메밀전병을 한 김 식혀 먹기 좋은 입 크기로 썰어 속이 보이도록 접시에 담았다. 말캉거리는 묵을 골패 모양으로 썰어 접시에 담고, 또 미지근한 육수에 채친 메밀묵 다진 김치와 김 가루 부수어 올려 메밀묵밥도 완성했다. 한 겨울밤의 별식 메밀묵 한상이 차려졌다.

"맛있게 드세요~." "아, 정말 푸짐한 메밀묵 한상입니다."

"할머니, 추운 데서 메밀묵 쑤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메밀묵 쑤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네요." 메밀묵은 고유의 말랑말랑한 감촉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메밀의 구수한 맛도 오롯이 담겨있다. 노란 조밥을 말아서 먹는 묵밥은 까실한 모시와 부드러운 비단 옷감의 조화처럼 느껴졌다.

과연,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주인공 도깨비도 메밀묵을 좋아할까·" 하면서 도깨비와 메밀묵과의 관계를 놓고 시작한 도깨비 이야기가 주인공이 너무 잘 생기고 자상하다며 "그런 도깨비라면 나도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등의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다.

도깨비는 밤에만 나타나는데 밤에 먹는 밤참으로 메밀묵이 딱 좋다는 결론이다. 메밀묵은 100g당 58Kcal로 열량이 낮다, 하지만 포만감 있고 부드러워 소화가 잘되고 몸에 습열을 없에 얼굴도 붓지 않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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