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금의 절기밥상 - 고구마 맛탕, 고구마 생채

2017.10.22 14:28:46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충북일보] 노란 은행잎이 소복이 쌓인 길을 달리는 아침,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가볍다. 장이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5년 전 변비로 고생이 심했던 내가 찾아낸 음식처방은 고구마였다. 오늘 아침에도 찐 고구마와 사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고구마를 수확하러 청주시 내수읍으로 향한다.

고구마는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생산이 많이 된다고 알고 있지만 충북에도 명품고구마가 많이 난다. 충주산척, 보은탄부에 이어 명품고구마 생산지 대열에 새로 합류한 곳은 청주 내수읍이다. 이창열 어머니는 "고구마 농사 수입이 짭짤하다"고 하시며 올해도 6천 평이나 되는 밭에 고구마 농사를 지으셨단다.
ⓒ이효선
어머니는 일손이 모자란데 잘 되었다면서 호미와 장갑을 주며 따라오라고 한다. 고구마 잎들로 꽉 채워진 넓은 고구마 밭은 푸른 물결 넘실거리는 바다와 같아 보였다. 우선 고구마 넝쿨을 한쪽으로 걷고 호미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붉은색 고구마가 땅 속에서 머리를 내밀자 "와~와~"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귀한 보물을 찾은 듯 힘껏 힘을 주어 땅을 파고 분주히 손길을 놀린다. 수확의 기쁨도 잠시 "이걸 언제 다 캐나·" 슬쩍 걱정이 되는데 할아버지께서 경운기에 쟁기를 달아 고랑을 따라 땅을 뒤집고 지나간다. "우아~ 대박~" 손뼉이 저절로 쳐진다. 경운기가 지나간 자리엔 고구마가 겉으로 쑥쑥 나오니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

고구마를 수확하여 집에 들여놓고 보니 색이 각각이다. "노란색· 붉은색· 고구마 종류도 다양하네요·" "그게 몸에 좋은 기능성 고구마여~잎과 줄기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지!" 최근 들어 고구마는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밤처럼 폭신폭신한 밤고구마, 수분이 많아 한겨울에 구워 먹으면 말랑말랑한 물고구마, 속이 노랗고 단맛이 나는 호박고구마, 천연 안토시안(Anthocyanin)색소가 듬뿍 들어있는 자색고구마까지 고구마의 무한 변신시대이다.

환절기나 겨울철이 되면 변비가 심해진다. 그 이유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몸의 기관들이 모두 위축되기 마련인데 그중 대장(大腸)도 이러한 영향을 받아 운동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장의 운동을 도와줄 식이섬유소 섭취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식이섬유소는 장의 움직임을 촉진시켜 변비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Cholesterol)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혈압을 낮추고, 음식의 소화관 통과 시간을 단축시켜 노폐물과 발암물질 등을 배출시킨다. 또한 젖산균(Lactobacillus)의 생육을 도와 장을 건강하게 한다. 고구마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대표적인 식품으로 당질 함량이 25%로 그 대부분이 전분이며 포도당과 과당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감자보다 달다. 전분질에 둘러싸여 있는 비타민 C는 가열해도 거의 손실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고구마 겉껍질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Anthocyanin)색소는 활성 산소를 제거하여 각종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단백질은 1.8%, 지방은 0.6%로 적어 우유나 치즈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나 위궤양, 위염, 위산과다 환자가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는 것은 해롭다.

고구마 생채

ⓒ이효선
"고구마 생채라는 요리도 있어요·" "생채는 물이 많고 몸이 연한 물고구마로 맹글어야 해~" 우선 고구마 껍질색이 조금 흐린 분홍빛이 나는 물고구마를 골라 스폰지 수세미로 흙을 씻어냈다. 채칼에 쓰윽~쓰윽~ 문질러 쉽게 채를 썬 다음 소금으로 뒤적뒤적 간을 한다. 고구마가 부드럽게 휘어지면 매실청과 식초, 약간의 설탕, 깨소금, 다진 마늘 양념을 넣어 무생채 무치듯 슬슬 무친다. 요령이 따로 필요 없는 요리이다. "어~이거 간단하고 정말 괜찮네~ 고구마 샐러드 같아요!" "우리 집 애들은 잘 먹지~요즘 날마다 이거 반찬으로 만들어 묵어~"하신다.

고구마 맛탕

ⓒ이효선
다음은 국민간식 고구마 맛탕 이다. 고구마 껍질을 벗겨 숭덩숭덩 썬다. 정성 드려 예쁘게 칼질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썬 고구마는 물에 잠시 담갔다가 건져 전분을 빼준다. 기름 솥에 고구마를 넣고 중불에서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지루하게 기다린다. 10분이 지났을까· 튀겨진 고구마를 보는 순간 군침이 꼴깍 넘어간다. 여기에 집에서 손수 만든 조청까지 묻혀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마지막에 고소하게 통깨까지 툭툭....

고구마를 캐느라 허기진 탓도 있지만 조청에 버무린 고구마 맛탕은 내 영혼을 빼앗아 버렸다. "이렇게 맛이 있을 수가! 달콤하고 바삭하고..." 자꾸만 손이 간다. 고구마 생채는 아삭아삭 찐 고구마에서 느낄 수 없는 싱싱함이 살아있다.

고구마를 박스로 들려 놓으니 든든하다. 올 겨울도 꼬박꼬박 화장실 잘 다니는 장이 건강한 미인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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